너덜너덜 에세이 - <패왕별희> 이야기

<패왕별희> 이야기

코로나 사태로 극장가가 한산하기에 고전 명작들을 재개봉해주고 있다.  중국영화라고 본것은 주성치 영화가 다 이지만, 최전방 짬돼지마냥 주는대로 받아먹는 영화잡식이므로 틀어주는대로 보기로 했다.

 한국영화중 최고를 꼽으라면 <박하사탕>을 꼽는다. 주인공 김영호가(참 흔한 이름일세) 청년부터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의 가슴 아픈 일대기가, 20세기 후반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어우러지는 이야기이다.  중국영화 <패왕별희>는 경극배우 청데이가 어릴적 극단에 들어가면서부터 경극 <패왕별희>의 배우로 평생을 살아는동안, 격동하는 중국의 역사에 휩쓸리며 스토리가 흐른다.

 대나무와 같은 강직함과, 유리같은 맑은 성정으로 한평생을 살아갈수밖에 없었던 청데이는 <박하사탕>에서 김영호의 청년기를 보는것과 같다. 남성이면서 여자 캐릭터(별희)를 연기해야하는 청데이는 어릴적부터 정체성의 혼란에 시달려야 했다. 퀴어영화는 아니지만 패왕역할의 샬루 사이에서 오가는 미묘한 감정선과, 여성성이 짙은 탓에 찾아오는 불안감에 평범하지않은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3시간에 이르는 긴 러닝타임이라 영화가 루즈해지는 부분이 있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인물들의 광기가 폭발하는 장면은 가히 대작영화라 부를만하다. 더욱이 캐릭터만의 개인사가 아니라 문화인을 핍박하던 중국 독재정권의 치하속에서 일그러지는 인간성은, 인간이 왜 주권과 자유를 지켜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이기도하다.

 크레딧이 오르며 경극이 막을 내리면, 그렁그렁한 청데이의 눈망울과 처연하기 짝이없는 주샨(공리 배우, 한국배우 이보희님과 닮아있다.)의 모습이 잊혀지지않을듯 하다. 올해들어 가장 좋은 영화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