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족은 자긍심이 있었다.
우리 일족은 영원불멸의 존재이다.
우리 일족은 최상위 포식자이다…
라고 어린 시절부터 귀가 따갑도록 듣던 이야기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
내 이름은 장오르 엘 위대한 밤에 일족이자 그들의 왕이 될 사람..
아니 뱀파이어다.
뛰어난 두뇌까지 갖추어 일족 최고의 지성이 될 것이라고..
우리 엄마가 그랬다.
이곳은 금역이라 불리는 슈탄마운틴. 분명 인간들이 정해놓은
금지된 영역으로서 일반인은 법적으로 이곳에 들어올 수가 없다.
하지만 어딜 가나 꼭 말을 안 듣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죽고 싶어 환장한 사람들이라면 법이고 뭐고 눈에 보이는 게 없을것이 분명했다.
최근 들어선 영주의 폭정을 피해서 슈탄마운틴에 자리 잡은 몇몇 부락민도 있는 것 같아 아빠의 심기를 조금 불편하게 하기도 했다.
이곳까지 사람들이 오르는 건 자살절벽 때문인데,
산 입구에서 꼬박 3일을 걸어야 그곳에 도달할 수 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곳이 자살절벽으로 불리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죽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은 자꾸 이곳으로 모여들게 되고..
꼭 그 절벽에서 생을 마감하려 한다.
죽기 전.. 세상에 다시없을 경관을 자신에게 선물하고..
생에 미련을 떨쳐버리려 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오늘도 어김없이 손쉽게 식사를 할수 있을꺼 같다.
악!!!!!!! 퍽!!-
절벽 자체의 높이는 20m정도라 그런지. 짧은 비명만 들릴 뿐이었다.
"엘 식사가 도착했구나, 가자."
"….으.. 맨날 봐도 지겹지도 않네.. 아빠 저 사람들은 저기서 맨날 왜 뛰어내리는 거야? 산산조각 날 허약한 육체를 가졌으면서 "
"글쎄다.. 재밋어서 그러나? 쾌락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끼지 않는 인간들도 있다고 책에서 본적이 있다... 길어봐야 100년도 못 산다고 알고 있는데.. 흠.. 아빠도 400년쯤 살았을 때 한창 여기저기서 뛰어내렸었지.. 재밌던데? 물론 아프기만 하고 멀쩡했지만..쩝"
150년이라는 짧은 인생으로는 아직 인간의 생리에 대해 모두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소중한(맛있는) 식량이라는 생각 밖에..
뱀파이어는 인간이 아는 것처럼 오직 인간의 피만 탐하진 않는다.
그건 우리 특별한 존재들에게 자신들 또한 특별한 존재로 여겨지는 것처럼 숟가락을 올려보겠다는? 인간들의 얄팍한 계산이다
다만.. 인간과 다른 동물과의 차이는 향기롭고 맛 좋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질질 흐르게 만드는 음식과, 10일쯤 바구니에 담긴 딱딱한 빵 정도의 차이?.. 뭐 그 정도의 작은 차이뿐이다.
우리가 도착 했을 때 인간은 아직 살아있었다.
팔다리가 꺾여 곧 숨이 넘어갈 것 같았지만...
"커..크엌…사..살려..(쿨럭)"
"저런.. 많이 아프겠군.."
흡사 오늘 날씨를 말하는 듯한 영혼 없는 말투가 전혀 상대의 고통에 대해선 신경을 안 쓰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와.. 아빠 보통 인간은 정신 못 차리고 바들 거리기만 하던데.
이 아저씨는 그래도 정신은 차리고 있네??"
"머리부터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아마 잠시는 괜찮을 거다, 그래봤자 고통만 가중될 뿐이지만..."
"사…살..려.."
"아저씨! 아저씨는 곧 어차피 죽어요. 살려고 저기서 뛰어내린 건 아니었자나요??"
150살.. 아직 어린 엘은 그 특유의 천진한 미소를 날리며 이름 모를 인간에게 죽음을 말하고 있었다.
누군가 그 얼굴을 봤다면 굉장히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줄 알았을 것이리라.
"아저씨는 몇 살이에요? 아저씨는 왜 죽을려고 한 거에요? 아저씨는 가족이 있어요?"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는 죽음을 앞둔 인간에게는 너무도 벅찬 질문들을 꼬마는 쉴 새 없이 쏫아냇다.
물론, 인간은 대답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엘! 그러다 피가 다 식겠다. 식기전에 어서 시작하자."
"잘 봐두거라. 이게 귀족의 식사 예절이라는 것이다. 천하게 피를 먹겠다고 목이나 물고 있으면 어디 가서 못배웠다고 욕먹어요."
자세한 설명은 안 했지만 이것은 귀족의 식사 예절이기도 하고 귀찮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직접 흡혈은 인간을 죽은 자와 산자 사이의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인간보다 빠르고 강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피에 대한 탐욕과 폭력성이 강해 여기저기 사고를 치고 다니기 십상이다.
하지만 일종의 바이러스에 걸린 상태이기 때문이라 그런지 만물에 평등한 태양 아래 에서는 한낱 먼지가 되어 사라져 버릴 운명이다.
고고한 귀족의 자부심이 가득한 장오르 하크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붉은 밤의 주인으로 명한다. 너의 생명의 근원을 내게 다오 피오 난 타르!"
지금도 상처에서 흐르고 있던 것들도.. 이미 땅속으로 스며들고 있던 것들도.
모두 공중으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모두 다 빠져나왔다 싶었을 때에는 어느새 그것들은 여러 개의 공 형태가
되어 주위를 빙글 빙글 돌고 있었다.
굳이 말하지 않고 의지를 마음으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같은 일을 할수 있지만 엘에게 의지의 효과를 알려주고 싶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버지로서 번거롭지만 언어에 의지를 부여했다.
"흠.. 15개라.. 먹고 잠만 자면 2주 정도는 걱정 없겠군..."
힘을 쓰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먹어치우지만 그저 최소한의 영양 보충을 하고 수면 상태로 들어간다면 작은 양으로도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엄마한테 가있으마. 저거 잘 처리하고 오너라"
"넵 알겠습니다~"
큰소리로 대답한 엘은 시체를 살펴봤다.
뼈와 가죽만 남은 삐쩍 마른 미라.
"아저씨. 아저씨가 오랫동안 고통스러워할 거 우리가 금방 끝내준 거야. 고맙지??"
물론 대답이 들려올리 없지만 괜스레 한마디 해본다.
"자 그럼 요잇!"
엘은 탁!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
"어..랄라? 왜 아무 일도 안 일어나지?"
탁! 탁! 탁!-
아무리 손가락을 튕겨봐도 변화가 없었다.
"아.. 의지..의지가 부족한건가.."
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시체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타올라라.. 타올라라.. 얍!"
탁! 하고 전보다 더 큰 소리가 났지만 역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 하하.. 안되겠다.."
고민은 짧고 행동은 빨랐다.
엘은 조용히 미라를 집어 들더니 숲 속 깊은 곳으로 갔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야지 뭐."
그리곤 조용히 손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얼굴이 조금 붉어진채 두리번 거리는 모습이 왠지 조금 부끄러워하고 있는듯 했다.
"하~ 다 묻었다~ 이제 가야지."
일족의 여러 권능을 쓰기에는 너무 미숙하기만 한 엘이었다.
엘은 여느 때와 같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유머)
앞에 있으면 토나오는 운전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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