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 도슨트' 이거 솔직히 BJ물에 관심도 없고 제목도 이상해서
거들떠도 안 보던 작품인데 읽어보니 의외로 재밌네요.
한 줄로 요약하자면 '굉장히 아기자기한 버전의 포텐' 같은 느낌이예요.
주인공은 BJ인데 어느날 요정의 가게에 방문하게 되면서
그들과 거래를 시작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요정들에게 '기쁨'이라는 감정을 지불하고,
요정은 여러가지 신기한 아이템이나 서비스로 되돌려주는 형식이죠.
특이한 게 뭐냐 하면 주인공이 굉장히 자기 삶에 만족하고 있다는 겁니다.
얘는 주말 이틀동안 예식장 피아노 연주를 해서 생활비를 벌고,
나머지 평일에는 게임 하면서 BJ 활동을 합니다.
그리고 그런 생활이 주인공에겐 드림 라이프죠. 더 벌 생각도 없고, 더 일할 생각은 당연히 없고.
그런 낙천적이고 자기만족적인, 소박하고 적당적당한 성격의 주인공이기에
요정들의 가게를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주인공 성격이 저렇다보니 스토리가 참 아기자기합니다.
BJ 활동은 하는데, 시청자가 스무 명 넘을까 말까 할 정도예요.
리그 오브 레전드(작품 내에선 히어로즈 오브 레전드)를 메인으로 BJ질 하는데
아마추어 고수고 실력은 뛰어납니다만 교육방송 스타일이라 재미가 없어서 비인기BJ임.
하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고 애청자들이랑 친밀하게 소통하면서 재미나게 살아가죠.
일단 메인은 롤 방송하면서 생기는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가볍게 다루는 정도고
거기에 요정들하고 고전게임으로 승부를 하거나,
신기방기 아이템으로 어이없는 삽질을 하기도 하고,
롤 프로 하고 싶어하는 친구 때문에 도우미로 나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 영입제안이 와도 뻥 차버리죠. 맘 편하게 게임하는 게 좋다나.
요정들에게 받는 아이템/능력/서비스는 어떻게 보면 개사기인데
워낙 주인공이 소박한 놈이라 그걸로 적극적으로 뭘 해보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고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만 이어집니다. 스케일이 막 커지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네요.
롤 내용이 좀 많기는 한데 게임 내 묘사는 의외로 찰지게 잘 합니다.
다만 스킬이라던가 메커니즘 설명할 때 약간 설명충 기질이 나오는데
롤 잘 아는 분은 패스해버려도 문제없음.
전체적으로 훈훈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유지하다보니
독특한 일상물을 찾는다면 괜찮은 작품이 될 것 같네요.
워낙 기대치를 낮게 잡고 본 작품이라서 그런지 저는 굉장히 재미나게 읽었음.
제목이 안티까지는 아니라도 영 흥미롭지 못해서 빛을 못보는 게 아닌가 싶은데
심심할 때 머리 비우고 한 번 읽어보시면 나쁘지 않은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아, 카카오 페이지에서 연재되고 있어요.
다른 데도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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