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뜬금없는 성남의 ‘감독 대행 경질’

(베스트 일레븐)

정말 뜬금없는 소식이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성남 FC의 수장 자격으로 대외 공식 행사에 참가했던 이상윤 감독 대행이 돌연 경질됐다.

성남은 26일 오후 보도 자료를 통해 이 감독 대행을 경질하고 그를 보좌하고 있던 이영진 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승격시켜 남은 시즌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이 감독 대행의 경질 배경에 관한 성남의 공식 견해는 한때 K리그 클래식 최하위로 내려간 부진한 성적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고 한다. 성적 부진이라는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우긴 했으나,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결정이다. 감독 대행 신분인 그에게 성적 부진이라는 모진 잣대를 내미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싶어서다.

이 감독 대행은 지난 4월 중순 선수 폭행 시비로 물러나게 된 박종환 전 감독을 대신해 성남의 지휘봉을 잡았다. 잡았다기보다는 생각지도 못한 돌발 상황에 어떠한 준비도 없이 팀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지 싶다.

프로팀 감독 경험이 전무한데다, 프로팀 코치 경력을 따져도 부산 아이파크에서 잠깐 몸담았던 것이 전부였던 그가 본인도 생각하지 못한 순간 갑작스레 팀을 떠맡게 된 것이다. 준비 없이 프로팀 수장이 된 상황인 만큼, 그가 이끄는 성남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리그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성남은 무조건 이 상황을 이겨내야 했다.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린 건 단순히 지도자의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다. 도리어 성남의 성적 부진은 기실 예견됐던 바다. 박 전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한 후 감독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즌 초반부터 선수단 내 좋지 못한 분위기가 형성됐고, 결국 사고가 터지면서 박 전 감독을 경질하는 내홍을 겪었다.

가뜩이나 시민 구단 전환으로 우수 선수들이 타 팀으로 유출되는 악재를 안고 있던 성남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직면했으니, 팀 전력이 온전히 발휘되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성남의 올 시즌 성적 부진의 진짜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구단을 운영하면서 선수단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 감독 대행에게 전권을 맡겨 수습하고자 했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한 이 감독 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 그리고 선수들에게 얻을 수 있는 존경심에는 실상 한계가 있는 법이다.

감독 대행은 언뜻 감독과 흡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당장 선수들에게는 어차피 새 감독이 온다는 인식을 심어줄 소지가 크다. 이런 상황을 누가 만들었는가? 바로 성남이다. 행사할 수 있는 권한과 대내외적으로 존경심을 받을 만한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한 성남이 의무를 짊어지우고 책임을 묻는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그리고 감독 대행에게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묻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감독 대행은 말 그대로 새 감독이 오기 전까지 대신 팀을 꾸려가는 대행에 불과하다. 흔히 감독을 경질할 경우 감독 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보낸다는 발상 자체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그래서 감독 대행이었던 코치는 예상 밖의 성적을 내면서 정식 감독으로 승격하거나, 새 감독이 올 경우 다시 지휘관을 보좌하는 코치로 자리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순리이기도 하다. 책임질 수 없는 이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남은 이 감독 대행을 내쳤다. 4월 22일 박 전 감독이 물러난 후 4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진짜 책임은 성남이 져야 한다. 재차 강조하지만 올 시즌 순위표 바닥을 표류하고 있는 성남의 비극은 잘못된 감독 선임에서 실패하면서부터 시작된 인사 사고다. 그런데도 이 감독 대행에게 책임을 물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성남이다.

글=김태석 기자([email protected])

사진=베스트 일레븐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