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아이폰 사줘” 삼성 더는 놓쳐선 안되는 이것
[방영덕의 디테일]
걸그룹 뉴진스가 모델로 나선 애플의 아이폰 광고. [사진출처 = 애플]
“뉴진스 바람이 참…”
최근 갤럭시Z 시리즈 제품 인기를 묻는 질문에 삼성 관계자는 걸그룹 뉴진스 얘기를 꺼내며 씁쓸해했습니다.
‘갤럭시는 아재폰’이란 이미지를 깨는 게 중요한데, 경쟁업체 애플이 요즘 가장 핫한 뉴진스를 모델로 꿰차는 바람에 갤럭시Z폴드5·플립5의 화제성이 반감됐다는 의미에서였습니다.
이때 화제성은 그야말로 1020세대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로 어필하는 것을 말합니다(플렉스 힌지, 내구성 등 기술력은 차치한 채요.)
삼성도 화제몰이를 안 한 것은 아닙니다. 지난달 언팩 행사에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
BTS
슈가 등 국내외 유명 가수와 인플루언서 등을 초청했습니다.
하지만 언팩 당시 초청한 걸그룹 멤버조차 일상 생활에선 아이폰을 사용하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일 따로, 취향 따로를 보여주였고 삼성전자는 헛물만 켠 셈이 됐죠.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2023’ 행사에 참석한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 [사진출처 = 삼성전자]
여기에 뉴진스가 한 술 더 떠(결과적으론 애플이 한 술 더 떠) 신곡 ‘
ETA’
뮤직비디오에서 ‘아이폰14 프로’를 들고 나와 사진찍는 장면을 연출한데 이어 지난달 30일 한 지상파 음악방송에서 멤버들이 아예 아이폰을 들고 나와 서로를 촬영하는 모습까지 보여준 겁니다.
노골적인
PPL
이란 논란을 야기했지만, 화제성이 컸던 것만은 부인할 수 없겠네요. 갤럭시Z폴드5·플립5 신제품을 통해 젊은층 공략에 한창 나선 삼성으로선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뉴진스 못지않은 스타 손에 갤럭시를 들게 하면 해결될 문제일까요? 아이폰 유저들에게 물어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일컫는 말)의 경우 사회관계망에서 아이폰을 사용한다는 사실 자체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며 아이폰을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플립 사이드 마켓 부산 광안리’ 에 전시된 갤럭시Z폴드5·플립5 [사진출처 = 삼성전자]
일례로 아이폰 사용자들끼리 문자를 주고 받는 ‘아이메시지’ 기능이 있는데요. 이 기능을 통해 아이폰 유저간 주고받는 메시지는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는 이들과 색이 다르게 표시가 됩니다. 확실히 ‘구분’이 되는 것이죠.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
FT
)는 “미국 젊은 세대는 아이폰을 이용하지 않으면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지난 2월 분석하기도 했는데, 우리나라 Z세대도 상황이 비슷해 보입니다.
아이메시지에 있는 아이폰 전용 이모티콘 또한 아이폰을 선호하게 하는 요인입니다. 특히 1020세대 사이에서는
SNS
에서 사용된 이모티콘만으로도 아이폰 유저인지 여부를 구분할 정도로 의미를 두는 모습을 종종 목격합니다.
그래서 아이폰 유저라면 자연스럽게 트렌디함을 획득하는데, 아이폰이 갖는 중요한 브랜드 이미지이자 무형의 자산인 셈입니다.
디자인과 카메라 성능은 물론이고 아이폰 유저들끼리 사진을 공유할 수 있게 한 ‘에어드랍’ 서비스 역시 젊은 세대가 아이폰을 선호하는 이유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갤럭시 언팩 2023’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
사업부장 사장이 갤럭시 Z 시리즈의 다섯 번째 역작 ‘갤럭시 Z 폴드5’와 ‘갤럭시 Z 플립5’를 공개했다. [사진출처 = 삼성전자]
기성세대 눈으로는 ‘그게 뭐 대수’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입니다. 하지만 또래집단이 미치는 영향이 크고, 유행에 민감한 1020세대들일수록 비슷한 가격에 비슷한 성능이라면 아이폰을 ‘픽’하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어테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10대의 83%가 애플 아이폰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갤럭시 이용자의 비율은 10%에 불과했습니다.
젊은층에서의 아이폰 선호현상이 미국 외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7월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10대와 20대가 소유한 스마트폰 제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은 애플 아이폰(52%)으로 나타났습니다. 갤럭시를 사용한다는 답변은 44%였습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
(모바일 경험) 사업부문 부장(사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진행된 국내 기자 간담회에서 젊은층에서 갤럭시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에 대해 “연령별 갤럭시폰 선호도에 대한 차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의 위기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신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갤럭시 스튜디오 ‘부산 광안리’ 오픈을 기념해, 지난달 28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드론 라이트쇼(
Drone
Light
Show
)’ [사진출처 = 삼성전자]
그러면서 노 사장은 “국내 영업·마케팅팀들과 대응 방안을 마련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강조했는데요.
이 때 삼성의 노력은 1020세대 사이 아이폰 인기를 막연한 선망이라고 치부하지 않는데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초등학생 때는 뭣 모르고 키즈폰으로 사준 갤럭시폰을 들었던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꼭 아이폰으로 바꿔달라고 합니다. 이들의 주장은 결코 막연하지 않습니다. 또래집단 속 문화적인 부분이 커 설명하기 어려울 뿐입니다.
또 10대에는 아이폰을 쓰다가 성인이 되면 갤럭시폰을 쓴다는 막연한 희망 역시 버려야 할 겁니다.
‘갤럭시폰은 아재폰’이란 이미지는 사실 어제 오늘 생긴 것은 아니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란 말이 퍼져나가듯 소비자들 사이 회자되는 동안 삼성이 간과한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내외부에서 조언이 쏟아집니다. 그만큼 삼성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일 겁니다. 이미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 진영 최강 프리미엄 제품으로 안착한 만큼 브랜드 이미지도 업(
up
)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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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속삭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