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내등 위에 세식구 자리를 피고 숟가락 들고 있다.
뭣이 재밌는지 업힌 이들 '하하호호' 즐겁다.
말 한마디 거들고 싶은데 '동참'이란 말. 참 멀다.
틈이 보이긴 한데 내일 펼쳐질 몸부림에
등이 먼저 바닥에 기댄다.

자는데 눈은 가렵고 비비지는 못 한다.
손 기름때 삼십해를 문질러도 빠지질 않아
그냥 꾹 눌러도 지문 찍힌다.
인주가 필요 없다. 그만 내 것이라 하자.
이제 내 살이다.

소싯적, 닭 울음 소리에,
뭔가 모인다는 재미에, 으스대는 재미에
내 발자국 깊이 패였다.
이제는 내 것이기 보다 겨울 장작더미
쌓아놓듯 그래야 마음이 놓인다.
뭔가 쇠하긴 한데 아직 손가락 발가락
움직이니 나서야 한다.

몸이 쇠하다.
몸이 쇠하니 입도 '쇠'하고 소리 낸다.
저들 목구멍엔 한도 끝도 없이 참 많이도
들어간다. 무서운게 아니라 떠나고 나면
아련해서 그런다. 눈물이 퍼질지 검버섯이
앞서 만개할지 달력 한번 들춰본다.

언제 왔다 가는지
업힌 저들 눈에 가을 저물고
내 눈꺼풀 따라 저무는데 내 걱정도
아닌 것이 감지마라며 자꾸 잡아 당긴다.
주머니가 얇아지니 세상 발길질 거세진다.
누가 나를 심판 하리오.
내 그들 업은 죄 밖에 없는데...

지문 사이 때를 찍는 자.
함부러 눈 감지 못하는 자.
눈물 내지 못하는 자.
손에 쥔 연장통 보다 마음 무거운 자.
내일 보고 오늘 보다 먼저 잠드는 자.

'아프다'는 말 오늘도 곱씹어 삼킨다.
무자식 상팔자라지만 몇몇 핏줄에
이름 석자 새기고 숨죽이며 뼈 기다린다.

속이 상해 소주에 나 닮은 멸치 한봉
사서 초인종 누르니,
"아버지 오셨어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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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생각이 나서 간만에 써봤네요.

효도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