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달전에 꼴려서 단편을 하나 써봤는데 오래살라고 실컷 욕만 얻어먹었습니다. 갑자기 생각나서 올려보는데, 어떤가요?
친구 놈의 친구가 죽었다.
그 새낀 가족이라곤 어머니 한분뿐이라, 상치루는건 내가 거의 다 했지. 젊어서 갔네. 어, 어머니가 풍이신데, 어려서도 속 썩이더니 죽어서도 불효하는 거지. 그건 피차 마찬가지 아니니. 그래. 불효자 새끼들 꽁냥꽁냥 기다니는 모양이 유유상종이라는거 아니겠냐. 근데 상갓집에서 뵜을 땐 어머니 괜찮아 보이시던데. 그러게. 저번에 뵈었을 땐 아예 누워계셨는데. 육개장 맛있게 잘하시더라. 육개장이든 된장찌개든 뭐든 죽이게 끓여주셨으니까.
그리고 서로 말이 없었다. 친구는 입에 고깃기름을 묻히고 있었다. 포만감을 느꼈다. 그러나 조금 속이 답답해져 창문을 올렸다. 서울 다왔네. 응. 그리고 산을 보았다. 날이 흐렸다. 바람이 부는동안 숨을 골랐다. 장맛비가 내린다.
창문올려라.
언제 술 한잔 하자. 요새 바빠. 결혼준비 하느라. 아, 그랬지. 잔칫집 상갓집 오가는 니가 고생이 많다. 나야 남는게 시간이니까. 부르면 오는 새끼가 너밖에 없다. 나 찾는 놈도 너밖에 없어.
걔하곤 많이 친했냐. 부랄친구니까 여기까지 온거 아니겠냐. 내가 원래 이럴사람이냐? 아, 그러고보니까 걔하고 너 같은반 일 적이 있었을텐데 몇살 잡쉈다고 친구 이름도 기억못하는지. 걔는 말이 많았어. 졸업하고 면허부터 땄을때 뒤에서 졸라 재잘댔지. 시티가 머스마 둘이 타고다닐만한 물건이냐? 근데 독산에서 마포까지 걔를 끌고다녔어. 그런데 옆에 여자를 끼고부터 나한테 연락이 없더라고. 너처럼.
나하곤 연락 안하고 지냈으면서 왜 새삼 그래.
하여튼 그리고, 시름시름 앓다 죽었지. 원래 지병이 있었거든. 여자친구는 어떻게 되고. 그놈 뒤진게 반은 걔탓이야. 몇번 싸우고 나가도 다시 돌아오곤 했는데, 작년에 나간뒤론 아예 보이지도 않더라고. 사람이 참 쉽게 죽네. 흔히 있는 이야기잖아. 안그런 척 해도 예민한 놈이었고.
…
…. 사실, 나도 잘 몰라.
저번에 여자애 찾아가서 애가 죽는다고 좀 만나달라고 하니까, 얘기를 하는데
서로 깔끔하게 잘 끝낸것 같더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얘를 다시보니까 눈가를 찡그리고 뒤진듯 살아있는게 솔직히 무섭더라. 병이란게 그렇게 갑자기 찾아와서 사람을 바꿔놓고 그러는 걸까. 나한테도, 그 늙으신 어미에게도, 살아생전 사랑했던 모든것에게 화를 내는 모습이었어.
힘들었겠네.
그래. 힘들지. 그병이 개한테만 걸린게 아니었거든. 싸구려로 사는 새끼들에게 모조리 옮기고 뒤진거야. 너 병간호 해본적 있냐? 걔 눕고나서 생전 처음으로 병간호를 해보는데 그게 이상하게 잘되는거야. 걔도 나를 알고 나도 걔를 알았지. 술 처마시고 꽐라되서 븅신같이 웃던 새끼가 숨 꼴딱꼴딱 넘어갈 때 그 마지막 기운으로 소리를 막 지르더라고. 너무 무섭고 슬퍼서 울었어. 거기 있던 모두가.
그리고 톨게이트가 보일 때까지 엑셀을 죽여버릴듯 밟았다.
(연예인)
고윤정 ELLE x 려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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