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본 상의원. 역사란 소재를 함부로 다루면 이 꼴난다...(스포있음)

조선시대 궁중의 의복을 관장하던 상의원의 어침장과 길거리의 천재 옷장이(? 명칭을 모르겠네요)의 이야기라...
대단히 흥미로운 소재였습니다.
거기에 연기좀 한다는 배우들과 최근 잘나가는 배우들까지 불러모았으니 꽤 괜찮은 영화가 될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색색의 화려한 의상들도 공들인 티가 역력했습니다.
마지막에 이유비가 공식석상에서 입은 차림이 왕비보다는 기생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니 넘어갑니다.

아마데우스의 설정을 너무 차용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 부분도 그냥 넘어갑니다.
소재의 참신함을 다 깎아먹는 어설픈 이야기 구조도 그러려니 합니다.

그런데 고증상의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사실 고증이랄것도 없습니다.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도 이치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 영화는 대부분의 사건이 궁중에서 일어납니다.
궁중에는 엄격한 규율과 법도가 있습니다.
그것을 완벽히 살려야하는건 아니지만 최소한의 선이 있는데 감독은 그것을 깡그리 무시합니다.

왕이 입을 옷. 그것도 평상복도 아니고 중요 행사때 입을 옷을 길거리 한량(고수) 에게 맡긴다?
그렇게 상의원의 말단이 된 자가 중전마마를 마치 친구 만나듯 방문할뿐아니라
단둘이 궁 밖으로 나들이 가는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그가 만든 옷으로 인해 풍기 문란해진다하여 옷이 다 태워지는 마당에
본인은 문초를 당하기는 커녕 "내가 때려친다" 이러면서 두발로 궁을 나가는 것도 어이 없고
그러고도 머지않아 중전앞에 가서 옷을 만들어드리겠다고 할때는 '궁의 보안시스템이 파괴됐나?' 싶을 정도 였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청나라 사신을 접대하는 연회에서 초대받지 못한 중전을 본인이 직접 그 자리로 안내하는 등...
게다가 왕을 마주한 자리에서 왕을 똑바로 쳐다보고 뒤돌아서 걸어나온다???

'나홀로 집에에서 도둑들이 실제상황이었다면 몇 번 죽었을까?' 하는 동영상이 유행했었는데
저도 영화를 보면서 '실제 상황이었다면 고수는 과연 몇 번 죽었을까' 를 세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후궁(이유비)이 왕의 환심을 사기위해 왕과 대신들이 있는 자리에 들이닥쳐 옷을 벗는 등(야한장면 아닙니다)
어이없는 장면들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이자 고수에 대한 복잡한 애증의 감정을 보여주어야 할 한석규도
어정쩡하게 설정된 캐릭터 때문에 영화 끝까지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질 못합니다.

감독이 전작인 "남자사용설명서"로 꽤 좋은 평가를 받았던 감독인데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제대로 보여주었습니다.
멜로 코믹물에나 어울릴법한 가벼운 감각으로 사극을 만들어놓아서 영화에 집중하기 힘들었습니다.
차라리 퓨전사극으로 만들었다면 나았을지 모르는데, 또 끝까지 사극의 진중함을 포기하지 못합니다.

오죽하면 박신혜와 이유비의 미모도 눈에 안들어올 정도였습니다(좋아하는 배우들인데...)

거기에 영화 마지막에 조돌석 어침장이 실제로 만들었던 의복을 보여줌으로써
디 워의 아리랑에 맞먹는 화룡정점을 찍고 말았습니다.

물론 마지막 장면을 보고 이 영화를 실화라 착각하시는 분은 없겠지만요.<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