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영화에 대해 카메라의 시선이니, 홍상수 영화와의 유사점이니, 삶과 죽음 따위의 얘기들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 영화를 나만의 이해방식으로 풀어 해석해 볼까한다.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처음 부터 끝까지 '섹스'를 주제로 하고 있다. 북경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있는 최현(박해일 분)은 선배의 부고를 듣고 한국을 방문한다.
영화는 다소 어설픈 방식으로 나마 죽은 선배와 최현이 서로 동성애 관계였고, 어떤 이유에서든 둘은 이성을 선택하여 결혼 생활을 해왔음을 암시한다. 어쩌면 최현은 바이섹슈얼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최현은 과거 본인의 성정체성에 대해 심각한 방황을 했던것으로 보이고 그런 과정에서 여자 후배에게 아픈 상처도 줬던것 같다.
최현은 자신에게 남아있는 선배에 대한 애증의 기억을 더듬어 경주를 방문한다. 경주에서 찾은 찻집은 바로 선배와의 애증의 상징이다.
그곳 찻집에서 과거 최현은 동성과 이성 사이에서의 지독한 방황을 경험했던것 같다. 그리고 다시 찾은 찻집에서 그 방황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확인한다.
찻집 주인 공윤희(신민아 분)를 통해 어울리게된 사람들 속에서 최현은 자신의 성적 방황의 원인이었던 현실과 사회적 권력체계의 단면을 경험한다.
어설픈 중국어로 최현의 외모에 반해 '오바'하는 속물 여행안내소 직원에게 지적 조롱을 하고,
처음 최현을 변태로 여겼던 공윤희는 최현의 직업이 교수라는 사실을 알면서 태도가 달라진다.
최현과의 첫만남에서 본인의 충만한 허영심을 숨기려하지 않던 지방대 교수(백현진 분)는 최현이 북경대 교수란 사실을 알고나서 최현을 깍듯이 대하기 시작했다.
공윤희를 흠모하는 경주시내 경찰(김태훈 분)은 최현에 대한 공윤희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않았지만, 자신의 깜냥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불만이란 고작 최현에게 여권검문이 전부였다.
이러한 권력 체계가 바로 최현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두고 방황하는 이유였고, 그 방황은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찾은 경주에서 그대로 남겨져 있었던 것이다.
공윤희 일행의 모임에서 종이로 꽃을 만드는 남자는 일행 중 가장 성적으로 자유로운 사람 처럼 보인다. 아마도 지방대 교수를 좋아하는 동성애자이면서 그 정체성을 숨겨야할 만큼 사회적 권력체계에 깊이 위치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많은 분량을 점유하진 못하지만 그 꽃을 만드는 남자는 최현과 매우 좋은 대비를 이룬다.
영화속에서 최현은 선배의 형수에게 세가지 감정을 느낀다.
하나는 미안함이고, 다른 하나는 질투이며. 나머지 하나는 욕정이다.
사실 이 세가지 감정은 최현의 성정체성의 방황 속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에게 느끼는 공통된 감정들이다.
감독은 이 부분에서 유독 최현의 방황과 연루된 이성들에게만 촛점을 두었고 이것이 이 영화가 멜로적 정서로 포장된 이유이기도 하다.
최현은 아마도 중국의 아내에게로 돌아갈것이다. 아내, 현실의 상징이기도 하고 사회적 권력체계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남겨진 경주의 찻집은 그저 평범한 찻집으로 돌아갈것이다.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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