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 - 재밌던데요 (스포만땅)

브래드 피트가 나온다.

탱크 나오는 전쟁영화다.

이거 두개만 알고 충동적으로 영화보고 왔습니다.

결론은 재밌게 봤어요. 긴 러닝타임치고는 엄청 몰입해서 봤는지 시간도 쭉쭉갔고 후련하게 영화관 나왔네요.

영화보고 퓨리 리뷰 몇개 보니까 생각보다 악평들도 많더라구요. 셔먼이니, 티거니... 탱크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그렇구나~ 하면서 봤는데 탱크 전투씬이 좀 말이 안되는 장면이 있었나봐요? 전 몰랐음... 독일 탱크가 딱봐도 좋아보이기는 하던데 역시 달리면서 약점부분을 정확히 맞추기란 어렵나봐요. 사실적으로 보이던데...

그리고 기독교적인 내용들... 초반부터 후반까지 계속해서 기독교적 이야기가 나오는데, 애초에 기독교에 거부감있는 사람은 좀 눈쌀 찌푸리며 볼수 있겠지만, 별 신경 안쓰는 저로써는 흥미로운 진행방식이었어요. 끊임없이 신에게 구원받고자 기도하고 생각하는데, 전투만 시작되면 자기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적을 죽이고 죽어가는 적병들에게 기도를 하면서도 죽이고, 근데 그러면서 술먹고 욕하고 성노리개 쓰고... 이중적인 장면들이 계속 왔다갔다 나오는 장면에서 동화되가는 신병이란....참... 뻔히 그런내용인거 알면서도 감정이입 되더라구요.

한가지 감탄했던거는 후반부에 성경구절을 말하자 브래드 피트가 이사야? 라고 맞추는거... 전 그거보고 아, 이사람들이 팀웍이 좋은데는 이유가 있구나... 같은 사상을 가지고 북아프리카부터 3년동안 탱크에서 같이 먹고자고 했을테니 같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고, 행동, 이념, 신념 뭐 그런것들이 비슷비슷하니까 팀웍이 좋고 그러니 안죽고 오래오래 버텼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웃을때도 같이 웃자나요. 뜬금없이 실소한것처럼... 심지어 웃음 포인트도 같나봄 ㅋㅋㅋㅋ

그리고 미국의 전형적인 영웅주의... 이건 부정 못하겠습니다. 누가봐도 미국의 위대함을 치켜세우는 내용이지요 ㅎㅎ 근데 그렇다고 너무 극화해서 개연성이 없다! 정도는 아닌것 같았어요. 따지고보면 12척으로 100여척을 물리친 명량이 더 말도 안되죠ㅋㅋㅋ 전쟁이 애초에 비상식적인 공간이니만큼 퓨리 정도의 영웅은 뭐... 괜찮다고 봅니다. 솔직히 300명정도의 보병들을 방어막 하나없는 길에서 그것도 움직이지도 않는데 저렇게 버틴다? 까지는 좀 오바같지만... 뭐 그만큼 탱크라는 존재 자체가 후덜덜하다는건 확실히 깨닫게 해주더군요.

마지막에 독일군과 눈을 맞추지만... 살려주는 장면... 소름돋았습니다(저만 그랬을 수도). 자기랑 같이 가던 전우들이 이 탱크 하나때문에 몇백명이 죽었는데... 그걸 바로 체험했을텐데도 살려준다니, 노먼이 입대하고나서 브래드 피트가 포로를 죽이라고 했을때 못죽인다고 차라리 자길 죽여달라고 말하던 자기 자신을 떠올렸을 겁니다. 후반부에 노먼은 퍼킹 나치만 수십번 외치면서 기관총을 갈겨댔는데... 그 나치중에서도 자기같은 놈이 있었으니깐...

머신이라는 별명을 받고 나중에 훈장도 받고 영웅이 되겠지만, 전혀 기뻐보이지 않던 노먼이 과연 나중에 어떻게 살아나갈지 궁금해지더군요.

아참 그리고 인트로에서 탱크 고장나서 수리할때 브래드 피트가 말 보내주는 곳... 거기가 말 학살했던 곳일까요? 탱크는 전부 부서져있고 완전 전쟁폐허처럼 보이는 벌판에서 말을 쓰다듬다가 보내줬는데, 지금생각해보니 그곳가 그곳같네요.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사실적이지도, 블랙 호크 다운처럼 실화이지도, 에너미 엣 더 게이트처럼 심리묘사를 잘한 명작은 아니지만 찾아볼만한 재밌는 전쟁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