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까지 그들을 17번 만날 수 있었다.
조엘 코엔은 1954년생, 에단 코엔은 1957년생이다.
2017년 115번째 영화
8.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 O Brother, Where Art Thou? (2000) : 눈 먼자들의 신세기에는 심판을 믿을 수 없다.
오디세이에 기반해 본편을 진술하는 것은 본문의 경계를 넘어서고, 무지한 독자의 자리에서 감히 행할 바가 아니다. 이미
그같은 해설은 전문 비평의 몫으로 반복해서 작성되었다. 여정 안에서는 이 길 위에서 만난 또하나의 주막으로서 본편에 기숙한
소감을 말하는 바로 족하다. 이는 곧 제목으로부터 제출되는 하나의 의문문으로 정리된다. '왜 형제를 찾아야하는가'라는 반문.
주목하면, 이 문장 안에는 별도의 주어가 생략되어 있다. 누가 형제를 행방을 찾고자하는가, 그는 어떤 주체인가라는 기반은
곧바로 그가 찾는 형제는 누구인가라는 타자와의 동일성이라는 맥락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해답은 길의 영화 위에 놓여있다.
길은 어디에나 있고, 모든 것은 길이다라는 진술은 쑥스럽다. 그것은 마치 길은 인생이라는 단문의 불구적인 권위와도 동일하다. 코엔 형제의 세계에서 길은 '언제, 어디서든' 이지만, 본편과 공명하는 작품으로는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가 예시되지만,
두 편의 질감은 얼음과 끓는 물만큼이나 다르다. 두 편 모두 율리시즈가 등장하지만, 하나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고양이다.
어떤 외형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두 율리시즈 중 사람은 우회 없이 전면에 배치되고, 고양이는 인물의 내면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그 차이가 두 편의 노래 중 본편의 그것만이 대중적 성공을 획득한다는 점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데, 여기에는 시대가 작용한다.
또다른 줄기 질문. 왜 '르윈'은 성공하지 못하는가? 머니 환타지라 할 오디션과 작은 술집의 공연에서도 그는 각광받지 못한다.
이 결과를 본편에 뒤집어서 적용할 수 있다. 본편의 120만불 보물은 애당초 율리시즈(조지 클루니 역)의 헛소리였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왜냐하면 이는 점점 더 코엔 형제의 돈가방 시리즈가 실체를 부정하고 았기 때문이다. 전작 <위대한 레보스키>는
처음부터 돈가방이 없었음을 통찰함이 작품의 주요한 반전이라면 본편은 그나마 그같은 윤리적 각성 조차도 동반하지 않는다.
율리시즈의 거짓말 실토에 델마와 피트(존 터투로 역)가 분노하는 계산법인 징역살이 몇년은 한번의 몸싸움 뒤에 거의 사라진다.
왜냐하면, 그들은 곧 KKK단이라는 인종주의와 대면하고 본편의 제목처럼 과제인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형제는 '토미'이다. 그는 곧 교수될 위기에 처한 흑인이다. 이제 서두에 말한 질문 중 두 가지는 해제된다. 즉, 형제는
누구인가와 왜 형제를 찾아야하는가이다. 형제는 흑인으로 인종주의의 위협 아래 놓여있으니 그를 무조건 구출해야한다.
본편에는 여러 층위의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본편은 전작 <위대한 레보스키>에 이어서 미국사 내 실재한 집단과 다시 조우한다.
두말할 나위없이 정치적 진단임에도 불구하고, <미시시피 버닝>의 선조격인 1930년대로 추정되는 미시시피주에는 출구가 없다.
주의할 것은 그들이 율리시즈, 델마, 피트는 흑인 토미를 구출했기 때문에 "슬픔에 빠진 남자' 노래가 공전의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노래는 그들이 다시 토미와 마주치기 전부터 이미 대중의 호응을 거두었고 그것을 확인받았을 뿐이다. 문제는
그 자리의 정치적 타당성에 있다. 전술했듯이 미시시피 주지사 선거에서 대중은 악덕 자본가 출신 현 주지사와 인종주의를
은폐한 채 장애인마저 희화화한 KKK단 지도자 사이에서 투표하게 된다. 게다가 , 그 선거 결과는 현명하게도 보여지지 않는다.
이를 대체하는 것은 현 주지사의 쇼맨쉽이 증명된 위기와 이를 모면하는 개인적인(?) 신으로부터의 홍수 퍼포먼스일 뿐이다.
초반부 그들이 친구의 배신 이후에 만나는 첫 길 위의 인물인 토미는 기타를 연주하며 '어느 곳을 찾가도 천국은 없을 거다'라고
노래한다. 비록 이들 3인방이 '슬픔에 빠진 남자'는 아닐지라도 그들이 생명을 건진 홍수를 마냥 '슬픔'이 아니라 하기도 어렵다.
그들이 부여잡은 것은 시체를 담은 나무관이라는 점을 감안하자면 그들은 산 시체들일 뿐이고 어쩌면 그들은 거기서 죽은 게다.
그 순간에 율리시즈는 관객을 위로하기 위해 '일부러 홍수를 내 전기를 공급한다'라는 해설을 던지지만, 그 산업의 혜택이
평등하게 분배될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는 이는 누구도 없을 것이다. '난 승리하겠네'의 율리시즈 딸들의 합창은 믿음직하지 않다.
또다른 형제를 호명할 때다. 1인 은행강도인 조지 넬슨은 이른바 '애송이 얼굴'로 불리고 조울증에 시달리며 정작 돈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인물이다. 그로부터 <공공의 적> 탐 역할을 맡은 제임스 캐그니를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조지 넬슨은 무엇보다
혼자다. 그에게는 가족이 없다. 한바탕 얼떨결에 공범이 되버린 3인방과도 밤이 되면 곧 헤어진다. 그는 충격적이게도 들판의
소들에게도 무차별 기관총을 난사한다. 그 순간 그에게는 어떠한 심리적 동요도 없어보이는데, 이는 곧 사랑의 결핍을 드러낸다.
결말부 3인방과 토미가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치고 사면 약속을 받은 자리에 이들을 대신해 교수될 것처럼 조지 넬슨이 끌려간다.
물론, 3인방이 구해야할 형제는 토미이지, 조지 넬슨은 아닐 것이다. 그는 은행 강도지만, 극중에서 소가 아닌 인간을 살해하지는
않는 것으로 비춰지지만 확정할 수는 없다. 조지 넬슨의 반대편에는 강도이자 KKK단 일원인 빅 댄(존 굿맨 역)이 있다. 둘은 모두
죽음에 잇닿아있고 출구 따위는 마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본편은 매우 단호하다. 그들에게는 3인방이 길에서 우연히 접하는
회개의 세례 같은 것은 주어지지 않는다. 약탈은 아니지만, 극중 율리시즈의 전 부인 페니(홀리 헌터 역)를 제외한 거의 유일한
여성 캐릭터라기에는 이름조차 없는 사이렌 3인이 왜 2인은 남겨둔 채 피트만 현상금을 받고자 납치했는지는 흥미거리다.
서두의 질문 중 '형제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흑인 토미와 강도 빅 댄, 은행강도 조지 넬슨을 통해서 충분히 진술된다.
그들 중 형제라 할만한 이가 누구인지도 확인된다면 이제 남은 질문은 '누가'라는 주어이자 주체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이는
3인방인데, 그들 중 사연이 가장 분명한 이는 <위대한 레보스키>에서 결말부에 심장마비로 죽는 도니가 연상되는 델마일 것이다.델마는 대기업에 땅을 빼앗긴 시민으로 자신을 소개하는데 이는 가짜 변호사 역의 율리시즈나 비행명이 명확하지 않은 피트와는
달리 이들을 단순한 탈옥 죄수들에서 관객의 연민을 소환하는, 자본에 의해 궁지에 몰려 추락한 순박한 남성으로 단순 지목된다.
즉, 이들 3인방의 탈옥은 감옥이 아니라 기존에 그들을 압박했던 과거로부터의 치유라는 장르성을 공고히 하는바, 그럼에도
본편이 홍수 이후 율리시즈를 제외한 나머지 2인에게 어떤 미래가 배당되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는 점은 장르의 이탈이다.
단지 영화는 다시 절대악으로서의 탈옥범 체포조의 색안경을 홍수로 날려버릴 뿐이고, 남겨진 것은 그들이 탈옥의 길에서 거의
처음 만나는 철로 위의 흑인 남성 노인이다. 그는 <허드서커 대리인>의 나레이터이자 거대 시계 관리자인 모세와 동일인이다.
노인과 더불어 3인에게 유명 가수로서의 흥행을 가져다 준 레코드 기획자 역시 시각 장애인임은 홍수와 더불어 재삼 불구적이다.
이들 3인방의 탈옥이 성공적이었다는 서사에 대한 평가는 코엔 형제의 불가지론적 세계와는 다소 모순된다. 이의 출구는 본편이
2000년이라는 신세기에 개봉되었다는 관습적인 시의성 해제에 있을테지만, 그럼에도 관객은 여전히 이 길의 컨츄리 노래극이
자본가 주지사의 사면 한마디에 해방감으로 안락해지지 모호함을 부인하지 못한다. 홍수는 미시시피를 완전히 청결하지 못하고
3인방이 부르는 노래는 '슬픔에 잠긴 남자'이다. 예언과 극적 도움을 주는 흑백의 두 남성은 모두 시각 장애라는 불구성의
맥락에서 본편은 <허드서커 대리인>이라기보다 <위대한 레보스키>와 지근거리에 있다. 그럼에도 엔딩은 다시 '길'에 있다.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는 치유되어야할 3인의 남성이 흡사 삼위일체의 구도에서 마주치는 강탈과 구원의 오래된 나열이며
신세기에도 지속될 자본과 인종이라는 미국의 광기로부터 가족과 예술을 보호하기 위해 다시 신을 호출한 다급한 길의 노래다.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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