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엔 형제 7 - 위대한 레보스키

나는 이제까지 그들을 17번 만날 수 있었다.

조엘 코엔은 1954년생, 에단 코엔은 1957년생이다.  

    

2017년 114번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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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위대한 레보스키 The Big Lebowski (1998) : 30년은 상실되지 않고 유전된다.

세번째다, 코엔 형제의 인물극은. <바톤 핑크>와 <허드서커 대리인>에 이어 90년대에만 3번째 인물론이다. 제목에 인칭이

삽입되어 있는 것은 이후에도 종종 보이지만, 인물 자체를 지시하는 것은 근작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 가 마지막이다.

엄정하게 말하자면, <바톤 핑크>만이 인물명 그대로이고, 나머지는 우회하거나 수식어가 붙어있다고 해야 옳다. 인물론은

필연적으로 시대를 수반하게 되는데, 언급한 3편의 작품은 각기 40년대초, 50년대말과 6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위 세편은 해당 시대에 풍자와 조롱을 선명한 시대성과 결합했다기보다 미국사 내부의 허위성과 패배감에 주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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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맥락에서 본편과 위 세편의 간극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적이다. 무엇보다 위 세 편은 정확히 한 명의 인물을 지목하지만,.

본편은 두 명의 인물을 호명하면서 누가 과연 'The Big'인가를 확정하는 어법을 취하고 있거니와 시대상에서도 발표년도보다

8년 정도 이른 근거리인 90년대초를 주시하고 있다. 'The Big'과 90년대초를 접합하면 본편은 일종의 후일담 좌판이라 하겠다.

기존의 어느 영화들보다 많은 캐릭터들이 자신에게 주목해달라고 카메라의 클로즈업을 선점하기 위해 매 숏에 매달리고

영화는 그들 중에서 과연 누가 ' The Big'인지를 선정하라는 평이한 질문을 내던진다. 대답은 평이하지만, 중요한 것은 '왜'이다.

영제의 'The Big'이 번역의 '위대한'으로 인증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점은 여기서 제출된다. 왜 레보스키는 위대한가라는 질문.

이에 대한 가장 흔한 대답은 그가 아무 것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함에도 결국 사건의 실상을 꿰뚫는 최종해석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는 외형의 정당성에 있을 것이다. 무협으로 말하자면, 레보스키는 누구에게도 이기지 못하지만, 모두에게 승리한다.

흥미로운 것은 레보스키에게 시대적 인장을 노골적으로 부여하는 직접적인 설명이다. 레보스키(제프 브리지스 역)가 자신에

대해 성관계 이후 모드(줄리안 무어 역)에게 설명할 때 그의 좌표는 노골적으로 68 세대임을 활동가의 경력으로 드러난다.

68세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장르극으로 정좌될 본편은 단순히 68에만 머물지 않고 현재 그를 둘러싼 국경과 시대를

넘나드는 잔상으로서의 인물을 백화점식으로 호출하여 등장시킨다. 이로 인해 본편은 헛소동극의 면모를 전시하고, 인물들

역시 그들 원래의 자리가 어디였는지 심오한 망각을 거치지 않은 채 물러선다. 즉, 영화는 인물의 다중성에 주력하지 않는다.

이는 <숏컷>, <매그놀리아> 등의 작품과 견줄 때 즉각적으로 그들 인물들 한명한명이 과연 존중받을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과격하다. 이 논점과 관련 가장 놀라운 인물은 도니(스티브 부세미 역)의 심장마비 돌연사이다.

영화는 난감하게도 도니의 죽음이 누구의 책임인가에 대해 묻지 않고 곧바로 장례업자의 장사수완과 과자 깡통에 담긴 유골이

제대로 바다에 흩어지지도 못한채 거의 대부분이 레보스키의 신체를 덮어버리는 은폐된 응징을 행한다. 본편에서 거의 유일하게

무색무취 캐릭터였던 도니를 좌표화시키는 것은 그의 볼링 실력이 아니라 월터(존 굿맨 역)에 의해 차단되는 그의 소통 욕망이다.

도니야말로 본편에서 누구에게도 말을 듣지도 하지도 못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배우의 전작 <파고>의 캐릭터의 정반대편이다.​

게다가 도니가 심장 마비, 즉 마음이 정지되어서 죽었다는 점은 마치 68세대의 패배자인 레보스키의 대리이자 미래에 가깝다.

이로부터 본편에서 중요한 이같은 질문이 가능하다. 왜 레보스키는 월터가 도니에게 '입 닥치라'고 말할 때 간섭하지 않는가?

그것이야말로 현재 레보스키의 좌표이자 태도다. 레보스키가 스스로를 'DUDE 짜샤'으로 호명되기 바라는 사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관객은 엔딩에서 외부로부터의 해설자가 당신에게 공감을 구한다고 해도 결코 동의해서는 안된다. 본편은 결코

<허드서커 대리인>이 아니고, 되어서도 안된다. 두 영화 속 주인공의 좌표는 완전히 다르다. 관객은 자신을 '짜샤 DUDE'로

불리기를 원하는 무직자 68세대의 자세와 볼링이라는 남근 내파의 놀이에 무작정 수긍해서는 안된다. 지금 거긴 이라크전이다.

볼링장에 여성이 거의 없거니와, 월터의 환상 속에서 모드에게 볼링을 가르친다고 해도 이를 과잉 찬양할 필요는 전혀 없다.

어쨌든 현실 안에서 모드는 볼링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그저그런 비디오 아티스트와 지적 허영 위에 매달려 공중 그네의

철지난 액션 페인팅을 선보인다고 해도 무작정 신뢰할 바도 아니다. 모드, 그녀 역시도 재단이라는 이름 하의 자본가 집단이다.

무엇보다 그녀가 월터의 정자를 받아 모계 가족의 독립성을 선언할 때 독자는 그 혈연으로서의 68 세대가 차라리 차단되기를

염원하는 편이 타당하다. 차라리 대칭점인 재키 트리혼(벤 가자라 역)에게서 <차이니즈 부키의 죽음>을 감지함이 위안이 된다.

구성상으로 본편은 <허드서커 대리인>의 치명적 허점이었던 머니 환타지의 실현과 아이디어의 생산성의 결합을 반복하지

않음으로서 저급한 함정​에 빠지지는 않는다. 코엔 형제의 세계에서 머니 환타지는 흔한 '돈가방'의 기호로 소품화되지만,

​<허드서커 대리인>을 제외하자면 단한번도 획득되지 않는다. 그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자본주의의 허상이며 아 메리칸 드림의

정체성일 듯이다. <허드서커 대리인>에서 전술했듯 해당 작품 역시 아버지의 법이라는 괄호안에서는 반어의 맥락을 획득한다. 

​본편의  'The Big 위대함'은 애당초 돈가방의 실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음을 통찰하고 그 불구성을 입증하는 육체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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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인 척 행세한 제프리 레보스키의 횡령에는 젊은 포르노 배우 출신 여성에 대한 사랑도 진짜 돈가방도 전제되지 않는다.

누구도 확인하지 못한 돈가방이 납치 대금인 것은 전작 <파고>를 연상시키지만, <파고>에 실재 돈가방이 설원에 묻혀서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못할 것이라는 실마리같은 가능성의 긴장감 따위가 본편에는 원천적으로 삭제되어 있다. 남은 것은 그저

지폐 다발과 세탁하지 않은 속옷을 분간할 수 없는 다종의 무력한 군상 뿐이다. 그들은 코엔 형제의 불가지론의 세계에서

약속을 하지 않아도 필연적으로 만날 수 있는 동굴 속 가련한 족속이다. 동시에 머니 환타지 장르 안에서도 그들은 영속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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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의 백미이자 속내가 영화 속 영화이자 레보스키의 꿈인 '볼링핀과 볼링공 사이'에 명시됨은 환영할만하다. 결국 레보스키

역시 그가 마시는 칵테일인 화이트 러시안을 제주할 때 들이붓는 우유에서 증명되듯이 여성 제국에의 초대로 인해 혹여   남근

절단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속물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전술했지만 모드가 자신과 성씨 발음이 같은 레보스키의 정자를

자신의 난자와 결합시키려하는 의도가 본편 속 설득력 없는 설명과는 달리 전혀 승인되지 않는다. 그건 그저 무기력한 근친이다.

엔딩에서 레보스키는 볼링 게임복을 입고 화이트 러시안이 아닌 다른 음료를 시킨다. 이건 변신일까? 아니, 그는 여전히 '두드'다.

<위대한 레보스키>는 90년대 미국의 이라크 석유 침략 전쟁의 기원 중 하나인 68 세대의 무기력함에 대한 후일담이지만,

동시에 그의 허위 없는 백수 짓이야말로 결합할만한 유일한 정자일지 모른다는 조롱을 함유한 비가족-남근 절단 공포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