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까지 그를 7번 만날 수 있었다.
장률은 1962년생이다.
8. 풍경 (2013) : 당신의 꿈을 윤색해드릴 수 있지만, 미래의 동행이 될 수는 없습니다.
장률의 차기작의 제목은 <경주>다. <이리>에서 <경주>, 혹은 그 사이에 <두만강>을 삽입할까.
현재는 <당시>에서 <풍경>이라고 써야겠지만, 왠지 <풍경>-<경주>의 끝말잇기가 하고싶다.
물론, 두 영화제목의 '경'은 각기 다른 한자 景 - 慶이다.
마치 김정의 2009년작 <경>이 무수한 한자 경의 사이를 두드리면서 스쳐 지나가듯이.
우리는 혹은 당신은 그렇게 하나의 자리 안에서 머무르기를 원하면서 실은 영원히 이주할 수 밖에 없다.
장률의 영화제목들이 (심지어는 극본을 담당한 작품까지도) 거의 두 글자임에 주목하기보다는
그것들이 주로 지명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장률에 대한 이전 글에서 전술했듯이,
영화가 지명이나 장소로 자신을 한정하기를 욕망 아니 호소하는 이면에는
머무를 수 없는 사람들, 머물러서 이미 유령이 되버린 사람들의 비경 悲境 이 있다.
그러므로, 질문을 왜 그들은 그 장소에 머무를 수 없는가를 제시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왜냐하면, 영화는 그들 내면의 상흔보다는 그것이 교정될 수 없는 불치임을 지켜보는 것에 주력하기 때문이다.
본편에 들어가기 전에 아니 나온 이후에 한마디.
우선은 죄책감. '당신은 지금 이주노동자의 참혹함에 대한 이야기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라는 전제 아래에도
나는 여전히 이제까지 무수히 쏟아져나온 이주민 노동자에 대한 영화에서 매번 만날 수 밖에 없었던
악랄하다못해 혹여 내가 그들이 아닐까싶었던 이 땅의 사장님들을 만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가슴 한켠으로 영화 속 이미지, TV 속 다문화가정에게 그림 속 배경으로 그들을 대한 것처럼 미안했다.
의심할 바 없이 장률의 이제까지의 세계에 대한 다큐멘타리로서의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당신이 한국에서 꾼 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를
자막으로조차 제시하지 않고 그저 답하는 이주민 노동자의 경직된 자세의 목소리만을 담은 형식에서
오히려 이제까지의 이주민 노동자의 그 직선적인 분노보다도 더 방관자였던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덧붙이자면 두 마디.
본편이 이주민 노동자들의 고단한 꿈을 영화적으로 치유하기를 틈틈이 삽입하는 풍경을 제시하는 것을 골짜로 할 때
그것에 모든 관객들이 어쩌면 하나의 외부자적 위안 안에서 영화를 삼킬 수 있을 때
나는 영화 속 그들이 종종 식사하는 그 자리 안에 내가 결코 있지 않음을 두 개의 예외된 시퀀스에서 발견해야만 했다.
야한 춤을 말하며 미래의 행복만을 꿈으로 말하는 사무직 여성인 듯한 인물의 말이 여기에 있는 것은 '다행'일
까.
아니 그녀가 사무직이기 때문에 공장노동자, 일용 잡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추정에 더 무거워져야하는가.
어쨌든 영화가 그녀의 꿈 이야기에 더 이상 추가적인 환타지 장면으로의 삽입을 부가하지 않고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다른 사무직 여성의 꿈 이후에
기이하게도 혼자 움직이는 세발 자전거를 추가한 것에만 주목하는 것은 해석의 관습이자 쾌감이다.
무시되어도 좋은 그녀의 꿈-애인과의 결혼과 야한 춤-이야말로 진정한 꿈이 아닐까를 묻고싶어지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
지금 여기를 고민하지 않고 미래의 행복을 자신의 꿈 속으로 가지고 오는 것이야말로 바람직한 '꿈'-'꿈'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전혀 다른 꿈. 유일하게 묻고 답하는 대상이 아닌 출연자.
지금 영화가 촬영중입니다라는 인식하지 못하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이주민 노동자의 딸, 소녀.
소녀에게 간단히(그것이 시나리오에 작성된 대사였음을 의심하고싶지 않다.) "꿈이 뭐야?"라고 묻는 사진관 아저씨의 말에서
관객은 한동안 꿈//꿈의 이중 언어의 동질성을 망각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침내 소녀가 영화 촬영을 하고 있음을 알게된 것처럼 언행을 취할 때 다소 당황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것은 이렇게 말해질 수 있다.
머리와 허리를 수술하고 물가가 비싸다고 말한 소녀에게 영화는 왜 동일한 질문을 하지 않고 다른 말을 유도했는가라는 전환.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음이라고 말하기보다 소녀가 아직 노동하지 않는 나이라는 것에 대한 일종의 배려라면
나는 그것이 오히려 꿈//꿈이라는 이중 언어 안에서 소녀를 한없이 불안하게 보는 시선이 배여있음에 우울하다.
꿈을 묻지 않음/못함으로서 다른 꿈-미래.희망을 물음으로서 회피하려는 영화의 자세에 확증없이 죄송스럽다.
영화의 제목이 떠오르기 전에 배치된 프롤로그가 휘황찬란한 인천국제공항에서 촬영된 것보다
첫 대답자로서 노동자가 건강상의 문제로 노동하던 한국을 떠난다는 것에 누구도 희망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이후 공항을 벗어나는 고가도로와 고층빌딩이 모두 짙은 안개 속에 묻혀있음을 굳이 덧붙일 필요가 없는 것처럼.
그리고 그 위에 영화의 제목 '풍경'이 검은 색으로 살짝 우측 아래로 배치되는 것이 막막하다.
이어지는 이주민 노동자 남녀 2명의 꿈과 그들의 꿈 이야기 뒤에 배치된 환상이 아닌 현실의 삽입은
기실 다른 꿈과 환타지 장면의 그것만큼이나 관객을 가식적인 영화의 치유로 인도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고단한 일상이 밝은 환상과 어두운 과거( 사장님과 아버지 )로 이어진 이후에
결혼식 장면과 아기가 있는 가정 안에서 식사 장면으로 답해질 때 영화는 자신이 본편 안에서 취해야할 자세를
어쩌면 현실에서 발견하지 못할 때 환타지로라도, 적어도 노동자를 동행시키지 못할지라도, 행해야함을 인정한다.
그리고 전술한 사진관 장면. 위에서 말한 소녀의 꿈 - 장래 희망으로서의 경찰 - 을 제외하고도 두 지점이 추가되었다.
그것은 결국 하나일 수 있지만, 비자용 증명사진을 촬영하고 현상해가는 중년 여인에게서는 좀 더 친절하다.
한국인 사진관 주인이 손님들의 얼굴을 포토샵으로 정리하고 조작하는 작업이 마치 본편의 유비인 것처럼
이미 또다른 증명 사진을 가지고 있음에도 또다시 비슷한 종류의 비자용 사진을 촬영하여 돈을 낭비했다고 여기는
중년 여인의 질문 '같은 것이 있다'에서 관객은 중국 - 한국의 지정학적 차이가 아니라,
그들이 그 곳에서 이 곳으로 이주하여 왔고 동일한 사진을 촬영하고 또 만들어야하는 반복되는 과정이
본편 안에서 무수히 배치된 흔들림의 풍경들, 세발 자전거, 아기용 그네, 공장의 철제구조물 들에서 보였던
프레임 밖에서 누군가 조종했을테지만 영화 안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두려운 유령의 자리를 재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무척이나 애석하게도 아무도 조종하지 않은 그 사진관의 이름은 아이러니하게도 '평화 사진관'이다.
반복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주민 노동자들이 제주 여행과 고향 마을과 자전거를 말하고 난 이후에
제주 공항, 조랑말
과 코끼리 한마리, 세
발 자전거가 이어서 접합될 때 관객은 왜 적어도 왜 그 곳에
해당 꿈의 노동자는 동행하고 있지 못한가에 대해서 궁금할 권리가 있다.
제주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코기리가 등장하는 노동자의 타국 고향 마을의 풍경 안에서도
정작 꿈의 주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예산 상의 어려움, 노동자 개인의 사정 따위를 고려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자전거 악몽을 말한 여인의 꿈 뒤에
무척이나 안정적이고 유년 시절의 행복이 가득할 수 있는 세발 자전거가 배치될 때조차도 꿈의 주인은 거기에 없기 때문이다.
자, 지금 본편은 어디까지 그들을 위로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할 수 없음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고백이 여기에 있다.
다르게 말하자면, 당신은 어떤 개인적 사정 - 노동과 국내
법적 조건- 하에서 움직일 수 없지만,
내가 당신의 꿈 대신에 그 곳에 다녀오거나 그 꿈을 편안하게 담아서 보여줄 수 있다는 대리인의 한가함을 방백함으로서
영화의 자리가 정확이 여기까지일 수 밖에 없음을, 결코 섣불리 동지여!
를 말하지 않음에서 우울한 동의를 받아들여야한다.
아니, 좀 더 잔인하게 말해서 우리는 그것조차도 할 수 없음을 현실-영화 안에서 이미지의 놀음만이 있음을 인지하는 고문.
마지막 이주노동자의 대답이 들려지기 전에 공장 밖 고물들 중앙에 텔레비전이 있는 것 역시 동일한 맥락이라면
결국 엔딩에 이르면 이 초라한 자신의 영화적 양식에 스스로 자승자박되었음을 견딜 수 없음이었는지
카메라가 유흥가와 지하도를 지나 아무도 없는 골목길 안에서 숨을 헐떡이며 비행기 소리만 들리는(보이지 않는)
질주 이후에, 막 조금 전까지의 노상의 바이올린 연주와 타워 크레인의 움직임에 대비되는 털썩 안고 혹은 누워서
전선 하나가 사선으로 빗금질을 하는 하늘을 원망하듯 쳐다보는 시선은 대리자의 위안도 공명됨의 토로도 아닌
그들에게 동행을 청할 수 없었던 영화의 자기 자신에 대한 무기력함이 묻어난다.
이 엔딩에 당신이 찬성할 지 아닐지는 중요하지 않다.
여전히 장률의 세계가 이 곳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개입의 위치로 사소하게 이동하려고 했음을,
이제까지 그의 극영화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충동적인 뜀박질의 삽입을 의외의 획득으로 기억하면 충분하다.
<풍경>은 지금 여기에 발붙일 수 없는 이들에게 보내는 환타지의 여행에도 그들을 동행시킬 수 없음을 통해
카메라가 자신의 자리 밖으로 나갈 수 없음을 다시 상기시킴으로서 스스로를 한정시키는 우울한 비동질감의 꿈의 응답극이다.
(자유)
내일 특근인데 곱게 안 보내 주고 회식이네여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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