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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세 미키오 7 - 버스 차장 히데코//엄마

컷과송 2017-03-29 (수) 21:22 조회 : 439 추천 : 1

나는 이제까지 그를 12번 만날 수 있었다.

나루세 미키오는 1905년에 태어나 1969년에 사망했다.

11. 버스 차장 히데코 秀子の車掌さん (1941) : 그 버스는 두메산골로 가야한다.

먼저 1924년생 다카미네 히데코의 싱그러운 얼굴과 더불어 경쾌한 음악을 주목하자.

두 지점 모두 중후기의 나루세 미키오에게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지점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1930년대 전성기 시절의 작품을 전혀 보지 못한 상황의 난국이라고 고백하는 편이 적절하겠다.

흔히 그의 전성기를 1930년대와 1950년대라고 나는 그의 20대 혹은 30대 시절의 연출을 전혀 모르고 있다.

본편의 연출 시대를 고려할 때, 영화의 경쾌한 음악과 낙천적인 캐릭터들은 모순적이다.

영화를 지배하는 것이 주인공 다카미네 히데코가 아니라, 소소한 소시민적 소동극에 있음은 명백하다.

하나하나의 소동은 극을 지배하는 리듬이자 관객을 위한 희극적 배려임이 분명하다면

그것을 연출한 나루세 미키오의 40년대 초반의 심리가 자못 궁금해졌다.

그가 본편 이후로 2차 제국주의 전쟁 양상이 본격화되자, 연출을 접었다는 후문만으로는

당대 일본의 정치 사회에 대한 그의 입장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제국 침략의 국가에서 소시민극을 연출한다는 것은 어떤 맥락과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하려면 그의 1930년대 이후의 작품들은 물론, 당대 그에 대한 자료가 좀 더 필요할 것이다.

다사 말하지만, 본편 속 다카미네 히데코는 17살이고, 나루세 미키오는 36세이다.

이보다 더 앞서 다카미네 히데코가 나루세 미키오의 작품에 출연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감독의 영화 15편에 출연한 페르소나로서 그녀의 20대 이후의 모습만을 기억하는 나로서는 그녀의 10대는 발랄했다.

그녀가 후일 <번개>를 통해서 11년 이후 다시 버스 차장의 모습을 보였을 때와 비교해도 10대의 티가 역력하다.

다카미네 히데코는 본편에서 시골 마을의 낡은 버스 차장 일을 맡고 있으면서

어머니, 남동생을 돌보며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는 다소 진취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영화의 전체적인 공기를 이 땅의 새마을 운동 홍보영화 속 여성들과 비견하는 것은 추잡한 소견이지만,

식민지 치하를 거친 이 땅의 영화인들이 제국 일본의 영화에서 캐릭터를 빌어왔다는 망상이 삭제되지 않는다.

여튼 오프닝, 조그만 버스 앞유리로 보이는 시골의 비포장 도로에는 스크린 밖으로 옮겨지지 않는 흙먼지가 있을 터이다.

1941년 시골 마을에 이미 경쟁 체제에 돌입한 정기 운행 버스가 도입되었다는 사실은 나의 역사에 대한 무지를 반증한다.

하지만, 영화적으로 시골길에 깔려진 경쾌한 음악을 통해 본편의 영화적 공기가 어떤 온도일지를 추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낡고 더러운 버스와 비교되는 깨끗한 타 업체의 버스가 옆을 지나가고 거기에는 승객이 가득하다.

아무도 없는 버스 안에서도 정류장 안내를 하는 다카미네 히데코의 태도에는 성격적인 성실함이 묻어있다.

본편 속에서 다카미네 히데코가 고유한 이름이 있음에도 거의 불리지 않고

영화 제목에서 배우로서의 그녀의 이름 히데코를 사용한 것은 당시 그녀의 유명세를 감안하더라도

흥행을 위한 제작자의 주문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배우로서 그녀는 10대 시절의 캐릭터 하나를 부여받은 격이 된다.

물론, 여기서 질문은 배우로서의 그녀가 아닌 공간에 부여되어야 한다.

중후기 나루세 미키오의 무대가 도쿄 긴자를 비롯한 게이샤들의 거처, 술집 등이었고,

부부 영화와 가족 영화의 배경 역시도 외진 농촌 마을이 아닌 변두리 도시였음을 상기하자면

본편의 장소는 간혹 정치 사회적인 상상력이 동원되기에 알맞다.

전쟁의 포화가 전달되지 않는 장소로서의 시골 마을, 진주만 침공으로 인한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기 전이라 하더라도

이미 일본의 동아시아 전역에 대한 식민지화에 대해 본편이 완전히 시대적 진공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영화의 배경이 시골 마을의 낡은 버스를 중심으로 하기에 가능하고 꺼꾸로 보충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좀 더 나간다면, 타 업체의 버스와 비교해서 중고 구형이자 느린 속도의 버스를 무대화한 것에서

영화는 점점 더 사라져가는 옛 것들에 대한 향수와 현대의 속도감에 대한 난감함을 표명한다고 지정할 수도 있다.

본편의 첫번째 소동극은 버스 밖으로 탈출한 닭 한마리로 인해 벌어진다.

하지만, 이 소동 자체가 하나의 중요한 기호로 영화를 관통하는 또다른 소동극과 맥락적으로 작용한다기보다

전술했듯이 단순한 리듬감과 영화적 공기의 표지로서 다른 소동극과 어울린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이어진 시퀀스에서 다카미네 히데코가 후진하는 트럭을 향해 "오라잇"을 손짓하는 장면은

그녀의 극 내부에서의 캐릭터의 일상적인 성실성을 간단히 반복 담보한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주인공에 대한 세심하면서도 서민적인 묘사는 종종 발견되는데,

인물 자체가 지니는 낙천성을 영화적으로 파급시키는 효과라는 영화사 초기의 간단한 기법에 다름 아니다.

가령, 주인공이 거주하는 상점 진열대의 부채를 만지작거리다가 그냥 가버리는 남성,

객담을 하고 지나가는 행인에게 불꽃놀이로 응수하는 장면,

식당에서 버스 운전수가 어린 소년들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한 국자 더 넣어주고 변명하는 모습,

부하 직원과 투자 상담을 하다가 갑자기 부채로 책상 위 파리를 내리치는 사장,

담배 구멍이 나버린 다다미를 슬쩍 재털이로 감추려고 하다가 들키는 무명 작가,

직원의 눈치를 보면서 지폐 하나를 더 월급 봉투에 넣어야하나 마나를 고민하는 사장,

10엔 짜리 원고료 사례금을 전혀 거부하지 않고 단숨에 품 안으로 집어넣는 무명 작가,

건너편 전신주에 붙어있는 새에게 뿌리려던 물이 길가는 행인에게 떨어지자 얼른 자리를 피하는 무명 작가 등등

너무 자세하게 본편의 희극 에피소드를 나열한 이유는

이것들이 중후기 나루세 미키오의 영화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재담임을 재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1930년대 나루세 미키오에 대한 섣부른 예단은 삼가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제 본편의 아이러니, 결국 감출 수 없는 소시민극의 허전함을 전시해야겠다.

소시민은 결국 계급적으로 비자본가 즉 임금 노동자를 지칭하고 이는 권력이 결핍된 하층민으로 등식화된다.

주인공과 그의 동료인 버스 기사를 중심으로 하는 본편의 캐릭터들은 마치 이를 부인하려는듯이

다른 회사로 옮기면된다라고 말하지만, 극의 엔딩은 그들이 처음으로 관광 버스로의 안내를 시행하는

버스의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교차 화면 안에서 이제 그 버스가 매매되었고 회사는 폐업하며

그들이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해야만하는 처지라는 것을 알린다.

이 외에도 영화는 관객들이 예측하는 전개와는 다른 장소와 방식을 배치시킴으로서

이들의 소시민으로서의 처지를 재확인시키는 시퀀스를 삽입하는데,

역으로 배웅나갈 것으로 상상했던 장면은 지나가는 열차에 손을 흔드는 정도로 변경된다.

그럼에도 그들에게서 허위증언을 거부하는 떳떳함의 자리를 배정하는 것에서

나루세 미키오의 서민에의 자긍심을 확인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불가피한 위로의 삽입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자긍심이 1940년대 일본의 시골마을과 겹쳐졌을 때 후인으로서의 관객은 그 정체가 자못 궁금해진다.

누구를 위해서 그들에게 그같은 비현실적인 도덕성을 부여해야만 했을까.

어쩌면 이는 그의 페르소나인 다카미네 히데코의 싱그러운 행실로 점점 더 무너져가는 일본의 얼굴을 대치하고

감독 자신의 당대에 대한 발언이 결코 시대회피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부담스러운 비현실성은 아닐까.

<버스 차장 히데코>는 1940년대 나루세 미키오의 상쾌하고 자기 긍지로 존립하는 소시민극이지만,

하층민으로서의 그들에게 비현실적인 창의력과 도덕심을 배정해버린 제국주의 전쟁 치하의 농촌 풍경이다.

12. 엄마 おかあさん (1952) : 그녀를 홀로 남겨두지는 않는다.

본편은 2014년 5월 31일 여성영화제에서 관람했다.

다음 날 다시 여성영화제를 방문했을 때 본편의 주인공 카가와 쿄코 여배우를 만나서 영화표에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작가로서는 안정효, 감독으로서는 장률, 배우로서는 그녀에게 첫 사인을 받았다.

나는 점점 그들에게 나 자신의 불안을 밀어넣고 있다. 그건 일종의 자괴감이고, 자격지심일 것이다.

본편을 언급하기 전에 참고할 작품은 두말할 나위 없이 <긴자 화장품>일 것이다.

본편에서 어머니와 딸로 나온 두 여배우가 1년 앞선 전작 <긴자 화장품>에서는 사랑의 경쟁 관계로 등장한다.

본편의 엄마인 다나카 키누요가 조금은 노회한 술집 접대부로 등장한다면

본편의 딸인 카가와 쿄코는 젊고 순수한 여인으로 나와 주인공 여인의 남성과 결합하게되는데

결과적으로 나루세 미키오 영화의 한 축인 게이샤물의 주제를 재반복하는 형식을 보인다.

그녀들이 이제 어머니와 딸로 위치를 변경하고 서로에게서 용기를 얻는다.

극의 화자는 딸이지만, 카메라의 중심에는 어머니가 서 있다.

본편은 나루세 미키오의 영화들 중, 게이샤, 부부를 다룬 두 개의 축과 또다른 가족 드라마로 분류된다.

물론, 이들 감독의 세계 속 세 개의 축은 여성의 비극과 인내를 지켜보는 것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다.

오프닝에서 주인공 엄마는 방 청소를 하면서 짧은 빗자루를 선호한다고 화자-딸은 관객에게 전달한다.

카메라가 엄마의 빗자루질을 가만히 지켜보는데, 열린 문들 사이로 그녀의 굽은 등은 조용히 전시된다.

흡사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당신은 영화를 모두 지켜볼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라도 심어줄 기세가 보인다.

여전히 여성의 가족 내 남성들은 병약하고 빈곤함을 지속한다.

아들과 아버지가 노동으로 인한 병으로 죽음을 맞이하는데, 여기에 어떤 사회적 시선은 제거되어있다.

그들은 그저 엄마이자 아내의 인고를 위해서 마치 준비된듯이 극 외부로 사라져가는 소비재처럼 기용된다.

극 초반의 활기찬 가족 밥상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뒤이은 장면들은 가족 내 빈곤을 중심 좌표로 내세운다.

극의 시대적 배경이 딱히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제작 개봉 시기와 동일하다고 가정한다면

전후의 피폐한 일본 경제가 변두리 도시까지 활기를 불어넣지는 못하는 50년대 초반을 무대로 하는데

이는 나루세 미키오의 게이샤물이 주로 동경을 중심으로 하는 것과 비교하자면

가족 드라마가 도시의 변방으로 밀려나야하는 이유가 빈곤과 연관됨을 추정할 수 있겠다.

곧 18살이 되는 장녀(카가와 쿄코 역) 역시 학교를 가지 못하고 길거리 노점상을 하는데,

그녀는 학교를 가고싶다고 하면서도 미성숙한 면모를 과잉되게 보이지는 않는다.

즉, 그녀는 극 내 화자로서 어머니를 이해하고 동행해야할 좌표로서의 책무를 캐릭터로서 이해하고 있다.

엄마와 딸이 각각 노점상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인정에서 소시민극의 소탈함이 묻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즉, 이것은 언제나 그렇듯 나루세 미키오의 착한 사람들이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극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극 내부에 거의 한 사람의 악인 혹은 증오의 대상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다소 특이하면서

마치 오즈 야스지로의 경쾌한 소시민극들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엄마와 딸은 각별하다.

이같은 극의 분위기를 쉴 새 없이 북돋아주는 역할은 둘째 딸과 여동생의 아들인 소년들이 행하는데,

그들이 꺼꾸로 세상을 보면서 카메라를 뒤집거나 여자옷을 입은 남자소년 퍼포먼스를 행할 때에도

영화는 여기에 어떤 전복의 은유를 기입하려는 것이 아닌 빈곤의 말없는 몸부림만으로 물러서려한다.

본편에서 흥미로운 두 지점 중 하나는 플래쉬백에서 찾을 수 있다.

한때 마을의 유일한 세탁업을 열어 종업원을 두고 성업했던 시절의 행복을 삽입하는 이유는

당면한 빈곤으로 인한 박탈감이 엄마 자신에게 얼마나 가혹하게 다가올 것인가를 묘사하기 위함인데

정작 엄마는 남편의 죽음을 앞둔 과거 플래쉬백에 있어서도 신파적인 자기 비하를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항시 자신이 가족을 책임지고 있다는 각성을 버리지 않는데,

이는 전작 <긴자 화장품>에서 결말부 그녀가 아들을 찾아 헤매는 시퀀스와도 동일한 맥락이다.

극의 중반에 도달하기도 전에 남편-아버지는 병으로 드러누웠다가 회복되지 못하고 사망한다.

감독의 다른 작품과는 달리 본편의 남성들은 근면하고 여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지 않지만,

결국 그같은 남성 캐릭터의 변형 때문인지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퇴장으로 처리된다.

두번째 주목할 지점은 남편의 사망 이후 그 자리에 들어서는 '포로 삼촌'이라 불리는 남성의 등장이다.

가토 다이스케가 연기하는 기무라가 엄마와 어떤 사적인 관계를 맺는가를 지켜보는 것은 극의 묘미다.

엄마는 그를 위해 콩을 볶고 절임을 내오면서 술 한잔을 권하고 그는 그것을 즐거이 마시지만,

극은 그것만으로 두 사람을 어떻게 바라볼것인가에 대해서 관객의 절제된 시선을 유인해내기를 바란다.

당연히 나루세 미키오의 작품 속에서 그녀들은 결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질 수 없거니와

본편에서의 엄마는 그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지조차 선명하게 드러내지 않는데, 이 지점이 후반부의 내적 호흡이 된다.

이 두 사람의 애정 밀도가 공허하다면 딸과 빵집 청년의 밀당은 관객의 이목를 돌리는 역할을 한다.

빵집 청년은 나루세 미키오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근면하고 진실한 창년으로 묘사되지만,

한바탕 해프닝을 벌이는 등 다소 미성숙한 면모를 코믹하게 제시하기도 한다.

세탁소 다림질을 전수하는 엄마와 아저씨와 소풍 나간 딸과 빵집 청년을 교차시키는 의도는

극 내의 온도를 알맞게 유지하려는 연출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재밌는 것은 <방랑기>에서 가토 다이스케는 본편의 엄마 역할을 한 다나카 키누요의 딸인 다카미네 히데코를 사랑하는데,

그는 10년의 간극을 두고 어머니와 딸을 사랑하는 캐릭터의 불륜을 능청스럽게 연기한다.)

후반부의 코믹하면서도 가혹한 빈곤을 다시 들추어내는 사건들,

엄마의 현기증을 비롯한 둘째 딸의 입양, 세탁물에 대한 변상, 미용 모델 해프닝 등은

각 에피소드가 후반부에서 힘이 빠질 수 있는 극의 흐름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서민극의 활기라고 할 수 있다.

사건들 사이에서 가족들은 서로에게 솔직하고 감정에 휩싸이지만 신파로 흐르지 않도록 배려된다.

이같은 조정의 묘미는 극의 결말에서 더욱 가득찬다.

아저씨는 떠나고, 세탁업을 배우러 한 소년이 들어온다.

곧 떠날지도 모르지만 여동생의 아들은 아직 방 안에 있고, 무엇보다 딸은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왜 그들은 모두 떠나지 않고, 엄마는 홀로 남겨지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여성-가족 드라마를 연출한 당대의 나루세 미키오의 고집과 시선에서 찾아져야할 것이다.

그는 그것이 해피, 언해피 어느 측면이든간에 그녀들을 여전히 그 자리에 놓고 부여잡는 쪽을 택한다.

때로는 단아하게 혹은 때로는 과격하게 박차고 나가려는 시도의 강약과 유무는 있을지언정

나루세 미키오는 그녀들이 자신의 굴곡진 삶 너머로 벗어날 수 없다는 극의 가부장제적 권력을 버리지 않는다.

거의 단 한번도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았고 여성들을 가혹한 삶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나루세 미키오의 연출은 그나마 본편 속에서는 아직 떠나지 않은 가족과 새로운 구성원을 투입하고

가난한 집 밖으로 울려퍼지는 은은한 딸의 나레이션과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의 제목만 쓴 글귀를 보임으로서

미약하게나마 엄마의 슬프고 고달프며 외로운 삶의 남은 날들에 대해서 슬쩍 덮개를 씌운다.

어쩌면 여기서 영화를 중지시키는 것이 더욱 가혹한 것은 아닐까.

그들은 모두 언젠가 이른 시일 내에 떠나고 엄마는 홀로 남게된다.

둘째 딸의 엄마 그림이 책상 서랍 속에 보관되고 장녀가 그녀의 이름을 되뇌인다해도

나루세 미키오의 그녀들은 언제나 혼자 외로이 가족을 책임져야한다.

차라리 오즈 야스지로의 남자의 뒷모습의 그윽한 응시가 그리워질 정도로

나루세 미키오는 짐짓 그녀들의 찌든 삶에 대해 따뜻한 시선의 차단막을 설치한다.

왜 그토록 전후 일본의 50년대 소시민극에서 남성과 여성은 각각 외롭게 사라져가야했을까.

이것은 지금 본편만으로 해독될 논제는 아니지만, 언젠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엄마>는 남성들을 보내고 소년을 지켜내는 어머니의 굴곡진 삶에 대한 익숙한 정경이면서

그녀를 결코 홀로 남기지 않음으로서 더욱 가혹해지는 50년대 일본 서민극의 외톨이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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