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 ‘농촌 영화관’ 놀랍네…작은 영화관 ‘대박’

“다른 지역에 가지 않고 읍내에서 영화를 본 지가 30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전남 화순군 화순읍에 사는 주모씨(67)는 지난 설 연휴 가족들과 영화관에 갔다. 최신 개봉 영화를 관람한 주씨는 “영화를 보려면 그동안 자녀와 함께 인근 광주까지 가야했다. 걸어서 찾을 수 있는 영화관이 생겨 정말 좋다”고 말했다.

화순에 영화관이 생긴 건 37년 만이다. 인구 6만 여명인 화순에는 1981년 신안극장이 문을 닫은 이후 영화관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12일 2개 관에 관람석 124석을 갖춘 ‘화순시네마’가 문을 열었다.

지난 12일 개관한 전남 화순군 ‘화순 시네마’상영관. │화순군 제공.

이 영화관은 정부와 전남도·화순군이 모두 17억9000만원을 들여 군민회관을 재단장해 개관했다.

일반 영화뿐 아니라 입체(3D) 영화도 볼 수 있도록 꾸몄다.

대도시 영화관처럼 최신 개봉 영화 5편을 2개 상영관에서 번갈아 상영하고 있다. 영화관은 연일 만원이다.

개관이후 하루 평균 500여명이 찾으면서 7일 만에 관람객 2000명을 돌파했다.

인구 3만 여명에 불과한 전남 곡성군에 들어선 ‘곡성 작은영화관’은 개관한지 2달여 만에 관람객 1만 명을 돌파했다.

2개 상영관에 총 좌석이 95석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주민 3명 중 1명이 영화관을 찾은 셈이다.

곡성에 영화관이 생긴 건 30년 만이다. 영화관은 지난 18일 1만번째 관람객인 최옥복씨(53)에게 꽃다발과 상품권도 전달했다.

인구 3만여명의 전남 곡성군에 들어선 ‘곡성 작은 영화관’이 개관 2달도 안된 지난 18일 관객 1만명을 돌파했다.│곡성군 제공.

농촌 지역에 들어선 ‘작은 영화관’들이 지역 주민들의 문화 갈증을 말끔히 풀어주고 있다.

작은 영화관은 정부 예산 5억원과 지지체 예산을 더해 건립되고 있다.

전남 지역은 2014년까지만 해도 22개 시·군 중 영화관이 있는 곳은 목포와 순천, 여수 등 3곳밖에 없었다.

1980년 초까지만 해도 모든 군에 1곳 이상의 영화관이 있었지만 인구가 급속도로 줄면서 모두 문을 닫았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농촌 지역 주민들은 영화를 보려면 인근 도시까지 가야 했다.

하지만 2015년 장흥에 99석 규모의 ‘정남진 시네마’가 문을 연 이후 작은 영화관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전남도는 농어촌 주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기 위해 소규모 영화관을 만드는 사업을 펴고 있다.

현재 장흥과 고흥, 해남, 완도, 진도, 곡성, 화순에 6개 군에 100석 안팎의 좌석을 갖춘 영화관이 들어섰다.

작은 영화관은 관람료도 저렴하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관람료는 일반인을 기준으로 5000∼6000원 수준이다.

대도시 관람료의 60% 수준이다. 영화관 매점에서 판매하는 음료와 팝콘 등 가격도 상대적으로 싸다.

화순군 관계자는 “정부·전남도·화순군이 영화관을 만든 뒤 운영만 위탁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면서 “최신 개봉작을 배급할 수 있는 곳에 위탁을 맡겨 도시 영화관처럼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은 영화관은 모든 지역에서 인기다. 장흥과 고흥의 누적 관람객은 지난해까지 각각 16만명과 12만명에 이른다.

진도 작은 영화관은 7개월 만에 4만여명이 찾았다.

전남도는 올해 보성에 작은 영화관을 세우는 등 민간 영화관이 없는 전남지역 모든 시·군에 작은 영화관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도시 영화관에 비해 손색없는 시설을 갖춘 영화관이 생기자 그동안 영화를 보지 못했던 어르신들도 영화관을 찾고 있다”면서 “농촌이라고 해서 문화에 대한 갈증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작은 영화관이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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