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기둥서방 생활' 이세계물의 유쾌한 변화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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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기둥서방 생활" / 작가 : 와타나베 츠네히코
네이버시리즈 , 카카오 / 14권 미완결 / 라이트노벨, 정치, 영지, 로멘스판타지, 이세계, 하렘, 일상

총점 : 3.8
캐릭터 : 3.5
스토리 : 4.0
세계관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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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기둥서방 생활'은 현재 일본에서 출간중인 라이트노벨로 웹연재로 시작했던 글입니다.

주인공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어느날 편의점을 다녀 오는 길에 갑자기 이세계로 소환당합니다.
당황한 주인공 앞에 나타난 사람은 이세계의 '카파'왕국을 다스리는 갈색 피부와 붉은 머리의 거유 미녀 여왕님.
그녀는 주인공에게 자기와 결혼해서 이세계에 정착해 달라는 제안을 꺼내 놓았는데,
주인공은 회사 생활로 단련된 영업 능력을 발휘해서 그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둥서방'을 

원한다는 것을 파악하고선 오히려 만족스럽게 그 제안을 수락합니다.

얼마후 이런저런 현대문물들을 몽땅챙긴채 재소환을 거쳐 드디어 이세계 생활을 시작하게 된 주인공.
이세계엔 마법이 존재했다지만, 주인공이 현대에서 가지고온 물건들은 

어떤 면에서는 마법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고, 주인공의 현대인적 시각과, 

사고방식 역시 이세계인 입장에서는 놀라운 발상의 전환처럼 여겨지게 됩니다.
게다가 주인공이 혈통으로 타고난 능력도 여왕과 함께 세상에서 단 둘 뿐이 안남은 시공마법이였으니...
결국 주인공은 '기둥서방'은 커녕 모두의 주목을 받는 카파왕국의 조커카드처럼 되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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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둥서방'은 위의 스토리요약으로 정리하기에는 큰 무리가 있는 작품입니다.
위의 요약본만 보자면 얼핏 단순히 이세계로 현대문물 가져가서 깽판치는 '깽판물'처럼 보이니까 말입니다.
물론 초반에는 어느정도 '깽판물'요소가 있습니다만, 핵심은 일상요소가 섞인 정치물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역사동안 남성상위의 문화를 유지해 왔던 카파왕국에서 최초의 여성 지배자가 된 여왕 '아우라'.
그녀가 여왕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유능함 보다는 왕가의 마지막 혈통이기 때문이란점이 컸습니다.
오랜 전란끝에 시공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제대로된 왕가의 핏줄이 절멸되다시피 했기 때문이었죠.
이러한 이유로 여왕이 되긴 했지만, 그녀는 주변으로부터 왕가의 혈통마법을 잇기 위한 결혼의 압박을 받아왔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선택은 군부를 쥐고 있는 '푸죠르'장군도, 귀족 문관계열의 '마르케스'백작가도, 

외국의 다른 왕실도 아닌 이세계의 주인공이었죠.

하지만 이런 결혼은 당연하게도 끊임없는 문제를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주인공 자체도 이세계인이기에 카파왕국의 문화(심지어 왕실의)에 대해서는 완전히 백지나 마찬가지였고, 

카파왕국은 절대왕정도 아니었기에 '국서(여왕의 남편)'의 자리를 놓친 귀족가문이나, 

군부의 불만을 잠재우는 일에서 시작해, 이세계인인 주인공으로 왕실의 권위는 세우되, 

남편의 위치가 자신을 넘지 않도록 조정하는 일까지...
주인공 입장에서도, 여왕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복잡하고 조심스러운 작업이 끝없이 계속됩니다.
바로 여기에서 벌어지는 정치적인 문제, 그리고 거기에 얽힌 문화사회적인 문제들을 

살짝 일상물 감성을 섞어 풀어놓는 소설이 바로 '기둥서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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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이란 것이 상황과 때에 따라 변한다지만,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메뉴 몇 가지쯤은 있겠죠?
웹소설에 있어서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테이스트중 하나가 바로 설정놀음입니다.
예, 나는 보통 이런 저런 설정들을 잔뜩 늘어놓고, 

그걸 이야기와 함께 짜맞춰 넣는 테피스트리와 같은 소설을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 감상평을 쓰게 된 동기는 아마도 얼마전 발간된 기둥서방 14권 때문일 것입니다.

기둥서방의 배경설정으로 주인공의 '카파'왕국과 '쌍왕국'이 있는 남대륙과, 

'프레야'공주의 '웁살라'왕국이 있는 북대륙이 현재의 세계입니다.
그런데 과거에 전 세계에 힘을 뻗히던 '하얀제국'이란 것이 있고, 그 하얀제국을 멸망시킨 '용족'이란 놈들이 있습니다.
이런 설정의 떡밥을 무려 12년 동안 연재하면서 슬금슬금 풀어놓았었는데, 이번 14권에서 폭탄을 터뜨린겁니다.
무려 12년 간 쌓아오던 빌드업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설정덕후로서 이런 뽕맛은 도저히 못참죠.
다만 어? 이러다가 일상물 섞인 정치물이 갑자기 스팩타클 전쟁서사물 되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기둥서방은 현재의 한국 웹소설 독자들에게 추천하기엔 상당한 무리가 있습니다.
한국웹소설과 한국독자간에는 '프로토콜', 말하자면 어떤 상호간의 약속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웹소설과 한국 독자들에겐 서로 통용되는 프로토콜이 있으나, 

일본의 라이트노벨에는 그것이 없다는 것.

먼저 기둥서방은 일반 소설에선 당연하지만, 한국 웹소설에서는 이상한 '3인칭 시점'으로 쓰여져있습니다.

그리고 기둥서방의 주인공 '젠지로'는 일반적인 한국 남성향 웹소설 독자들이 몰입하기 힘든 인물입니다.
장르문학의 재미는 보통 평소 결핍된 것들을 마음것 누리는 데에서 오는 만족감에서 옵니다.
힘이든, 자원이든, 기회든, 뭔가 내 것이 되었다면, 내 것을 누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걸 '사이다'라고 부르죠.

하지만 주인공은 지위와 능력도 지녔고, 주변에 덤벼드는 미녀들도 넘쳐나지만 입장상 모두 거부하죠.

이것은 가끔 보이는 '힘숨찐'과 같은 감성과도 많이 다름니다.
내가 힘은 있지만 가만 놔둔다 하는 '하찮게 내려다 보는' 느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여왕 아우라)을 위해 나를 감추고, 상대를 배려하며, 성실하게 헌신을 다하는, 그런 느낌이거든요.

말하자면 주인공에겐 한국 남성이 보기에는 뭔가 뒤틀려 보이는 '초식남' 테이스트가 잔뜩 섞여있습니다.

예 솔직히 답답한 주인공,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 끓어오르는 악플과, 처박하는 조회수 선작수...

한국에서 초반 인기를 못끌어 랭킹진입에 실패하고 결국 연중되는 답답한 소설의 전형...

아마도 이 소설이 한국에서 나왔다면 12년의 빌드업은 도저히 볼 수 없었겠죠.

1인 시점, 그것도 제대로된 1인칭도 아닌, 시점을 섞어 쓰는 이상한 1인칭 시점이 거의 기본 포맷이 되어있고,

주인공 독식 사이다 패스로 주인공에 몰입할 수 없는 소설은 랭킹에 진입을 못하는 한국 웹소설판.

물론 웹소설 자체가 본질적으로 팝콘컬쳐이기에 '사이다'를 부정 할 수는 없긴 합니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으로 고정된체 끝없는 자기복제로 양산되는 한국 웹소설판이 아쉬운것 또한 사실.

이렇게 한국 웹소설판에 대한 아쉬움을 일본의 라이트노벨을 통해 토로해야 한다는 점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덧으로 그럼 일본 라이트노벨은 그렇게 훌륭하냐? 하면, 솔직히 거기도 개판인건 마찬가지긴 합니다.

하지만 작품의 스팩트럼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관용적인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 점이 부럽다는 것이죠.

그리고 하나 더 말하자면, 12년에 걸친 이 작품이 마음에 다가 올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이 작품이 장르소설로서는 아마도 내 인생의 마지막 종이책이 될 것같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미 기둥서방을 종이책으로 읽지 않게 된지는 5년이 넘었으니 이제와서? 라는 느낌도 듭니다만.

다시 생각해봐도 남은 인생동안 장르소설을 종이책으로 읽게 될일은 없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런 이유가 정말 사람의 마음을 많이 슬프게 만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