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 아저씨가 이상한 약 먹고 젊어져서 친구 기획사 들어가 아이돌 된다는
아주 저렴하고 황당무계한 개뽕빨 스토리인데... 이건 문제삼지 않겠습니다.
처음부터 뇌 비우고 낄낄거릴 수 있는 킬링타임용 소설을 찾는 게 목적이었으니까요.
막장물 찾다가 막장물을 보게 된 건데 막장이라고 탓하지는 않습니다.
근데 최소한의 업계 관련 지식도 없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조차 없는 건 좀 심했어요.
아무리 대리만족용으로 정신적 자위 대신에 읽는 거라지만
그래도 하한선이란 게 있잖습니까. 허용할 수 있는 한계치라는 거 말이죠.
주인공이 아이돌로 계약하면서 기존의 데뷔조 아이돌 그룹에 편입됩니다.
해당 아이돌 그룹은 5인조로 호흡을 맞춰오다가 메인보컬이 급 이탈하는 바람에 붕 뜬 상태.
근데 기획사 사장이 새 멤버 찾아서 데려오니 이 멤버들 대뜸 하는 소리가
"사장님, 준후가 나간 지 한달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벌써 멤버 충원이라니요!"
준후는 연습생 동기이자 같이 꿈을 꾸던 사이였다.
그렇기에 그의 빈자리가 이렇게 빨리 채워지는 걸 보고 있자니 납득하기 힘들었다.
......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입에서 내뱉는다고 다 말은 아닌데.
아이돌 데뷔조면 벌써 몇 년은 지독한 트레이닝을 하면서 굴렀을 테고
누구보다도 데뷔에 대한 열망이 더 강할 겁니다.
특히나 데뷔 결정된 상태에서 메인보컬이 갑자기 이탈해서
데뷔가 좌초된 상태면 엄청나게 초조하고 불안할 거고요.
이러다 데뷔 캔슬되면? 좋은 때 다 놓치고 다음 해로 밀리면? 아예 멤버들 찢어지고 처음부터 재시작이라면?
이런저런 걱정으로 밤에 잠도 안오고 세끼를 굶어도 식욕이 없을 겁니다.
근데 한달만에 기획사 사장이 즉시전력급 멤버를 데려왔어요.
그럼 뭐라고 해야 함? [사장님 충성충성충성!]을 외치는 게 당연한 거죠.
사장님 다리 부여잡고 눈물 흘리며 감격해야 할 장면인 겁니다.
백번 천번 양보해도 연습생 시절의 유대감이니 인연이니 개소리를 하면서
거부감을 보일 상황은 결코 아니라는 거죠.
아이돌판이 우정놀이 하는 데는 아니잖아요.
꿈 하나만 바라보고 젊음을 올인하는 헝그리한 승부사들의 처절한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곳이라고요.
여기서 아, 이건 진짜 아니다... 싶었습니다.
뭐 다른 장면들을 훑어봐도 전부 두리뭉실하게 퉁치며 슬쩍슬쩍 넘어가는 식으로
디테일 짚어주는 건 단 하나도 없는 걸 보아하니 자료조사 정말 안한 티가 나더군요.
아무리 머리 비우고 보는 작품이라도
'중심소재에 대한 지식이 너무 부족하다', '대충 뇌내망상으로 쓴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
어떤 전개가 나와도 삐딱하게 바라보게 되기 때문에 재미가 급감합니다.
그러면 애초에 읽는 의미가 없으니... 빠른 하차 결정하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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