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서 오늘또쿠키 하는 거 읽다가 괜찮다 싶어서 50편까지 한 번, 75편까지 한 번 끊어서 결제하고 읽었습니다. 여기서 일단 잠정 하차할 생각이라서 감상 겸 비평 하나 남겨봅니다.
'다시 살다'는 증권맨으로 살다 주식실패로 수렁에 빠진 주인공이 80년대 쯤으로 회귀해서 다시 살아가는 내용입니다. 미래 지식을 이용해서 돈 벌고 잘 먹고 잘 살자 그런 거 있잖아요. 아재감성, 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내용이 상당히 많은 편이고 작가님이 실제로 연세가 좀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장점은 디테일한 시대상 묘사와 담담하고 담백한 문장입니다. 단역 하나가 나와도 어디 출신이고 어느 학교를 나왔고 성격이 어떻고 취미가 어떻고 하면서 꼭 짤막한 소개를 곁들이는 스타일이고 투자내역이나 과정 같은 것도 구체적인 숫자까지 적시해가며 굉장히 자세하게 서술합니다. 두루뭉실하게 대충대충 넘어가는 거 싫어한다면 이런 게 매력이 될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 다루는 소재 자체는 마음에 듭니다. 미래지식을 이용한 종잣돈 마련, 고급커피 프렌차이즈 선점을 통한 미국진출, 과거에 신세졌던 사람들에 대한 보답, 가족의 행복 추구 등등. 디테일한 전개도 뭐 제가 그 현실성을 판단할 만한 지식은 없지만 리얼리티가 느껴져서 몰입에 도움이 되고요. 재미를 느꼈으니까 75화까지 결제를 했겠죠?
하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습니다. 장점에 비하면 사소한 것들인데, 이게 모이니까 참 거슬려서 페이지를 점점 넘기기 힘들어지더군요. 그런 점들을 정리해보죠. 작가님이 도게에 있을 확률은 별로 높지 않겠지만 이거 보시면 제발 좀 참고해 주셨으면...ㅎㅎ
[1] 매력없는 히로인, 지루한 관계정립, 과도한 분량
개인적으로 한국 판무소설 작가들이 히로인 내놓을 때 가장 자주 범하는 실수가 '주인공이 끌리는' 여캐를 고르는 거라고 봅니다. 소설 보는 건 주인공이 아니라 독자거든요. 독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 매력적인지 여부가 중요한데 이걸 몰라요. 안다 하더라도 그걸 구현할 능력이 없거나.
이 작품의 히로인 '도연서'는 엄청 예쁩니다. 퉁명스럽고, 사람을 좀 밀어내는 스타일이고. 그녀의 엄청난 미모에 주인공은 한 눈에 뻑가고요. 이게 끝임. 아니 뭐 어딘가 정을 붙일 구석이라도 있어야 애착을 가지지 상판때기 좀 반반하다고 하고 끝내면 대체 어쩌라는 건지?
저러고 나서 '아버지 말 안듣고 멋대로 함', '능력은 있음', '알고보니 혼외자'라는 속성이 차례차례 밝혀지고 주인공은 그녀가 혼외자라는 걸 알고 그녀에게서 '알 수 없는 아픔이 느껴진다'는 둥 개소리를 합니다. 알 수 없는 아픔은 개뿔-_- 방금 원인을 들었으면서.ㅋ 그거 모를 때는 아무 것도 못 느낀 놈이 뭔 소리 하는 건지.;;
어쨌든 주인공은 도연서를 보고 한 눈에 뻑가지만 심적인 평정을 유지하고자 거리를 두는데, 작가님은 계속 억지로 그녀를 주인공과 얽어맵니다. 그러면서도 주인공은 자기 마음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거리를 유지하려 하고, 근데 억지사건이 생겨서 또 얽혀들고.
이게 두근두근 콩닥콩닥하면 모르겠는데 더럽게 지루해요. 차라리 다른 회귀경영물들처럼 적당히 연애시키고 후다닥 결혼한 다음에 대충 배경으로 페이드아웃해주면 좋을 텐데, 쓸데없이 밀당하느라 분량은 분량대로 잡아먹고 재미는 하나도 없고.
75화면 세 권 분량인데 아직까지도 사귀는 단계조차 아니예요. 아니 대체 이걸로 얼마나 쓰려는 거야... 도연서 나올 때마다 텐션 떨어져서 미치겠는데 심지어 얘는 같이 일하는 직원이라서 앞으로도 계속 나올 거 아닙니까. orz
[2] 웃음소리 하하하
이놈이 뭔 소리 하나 싶겠지만 이게 사소한 문제가 아닙니다.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요! 댓글 중에 하하하 허허허 짜증나서 못 보겠다는 평이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이게 뭔 개소리야' 하면서 넘어갔지만 막상 읽어보니 그 심정 공감이 됩니다.
주인공 웃음소리는 항상 '하하하'. 아주 가끔 '하하'. 극히 드물게 '히히'. 여자 캐릭터는 무조건 '호호호'. 나이든 남자 캐릭터는 '허허허'. 이게 가끔 나오면 괜찮은데 50화인가 60화 이후로 갑자기 출현빈도가 급증합니다. 아무래도 사업 잘 풀리고 형편들 펴지면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다보니 그런 거 같은데, 한 번 눈에 밟히니 정말 돌아버리겠어요.
하하하.
그냥 '큰소리 뻥뻥 치면서 그는 크게 웃었다', '즐겨워 견딜 수가 없다는 듯이 파안대소했다', '살포시 입을 가리며 미소지었다', '눈웃음지으며 작별인사를 건넸다' 뭐 이런 식으로 지문으로다가 처리하면 좋잖아요. 가끔이라도 말이죠. 이 작품에서는 절대 그런 일 없습니다. 무조건 하하하~ 허허허~ 호호호~ 예요.
[3] 편의주의적 전개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는 게 아니라, 결과를 먼저 정해놓고 원인을 갖다붙이는 느낌이 들어요. 예를 들어 작가님은 커피 프렌차이즈로 성공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기 때문에 주인공이 커피쪽에 진출하는 느낌이 든다는 거죠.
쥔공이는 미래에서 증권맨 하다 온 놈이고 주식투자에 미쳤던 놈입니다. 근데 그런 놈이 과거회귀 해서 하는 건 전생에 상사 탓에 많이 마셔보긴 했어도 별 인연은 없었던 커피 프렌차이즈. 이거 정상적인 전개는 아니죠. 80~90년대 관련 기억이 상세하게 남아있진 않다는 설정이지만 사소한 미래 정보 하나로도 금융시장에선 얼마든지 거대한 이득을 볼 수 있거든요.
뭐 커피사업 중심으로 하고 영화나 주식 쪽에 투자를 하지 않는 건 아닌데, 너무나 소극적이라 이해가 잘 안될 지경입니다. 75화까지 와서야 겨우 선물에 대한 언급이 살짝 되더군요. 그 전에 이득 볼 타이밍 다 놓쳐놓고... 이 뒤로도 별 비중이 있을 것 같진 않고요.
회귀자인데다 금융권 종사자였던 것을 감안하면 주인공 행보를 납득할 수가 없어요. 이럴 거였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주인공을 커피 매니아로 설정하던가... 커피에 죽고 못 살았던 인간이라면 회귀 후에 스타벅스가 이제 태동하는 시기인 걸 보고 야망에 불타서 고급커피로 세계정복! 같은 꿈을 꿀 수도 있을 테니까... 근데 그게 아니잖아요.
그 많은 선택지 중에 하필이면 커피업종을 선택하는 이유를 설득력있게 독자에게 제시해줘야 스무스하게 읽을 수가 있는데 저는 작가님 설명만으로는 납득이 안되네요.
결론.
3번은 사실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고, 잠정하차하는 이유는 매력 x도 없는 히로인 관련 에피소드로 질질 끌면서 분량 잡아먹는 게 70퍼, 웃음소리 거슬리는 게 20퍼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완전하차가 아니라 잠정하차인 건 커피 프렌차이즈라는 독특한 소재가 아직은 흥미롭게 느껴지고, 또 글에서 느껴지는 올드하지만 따스한 감성이 마음에 들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계속 읽고픈 마음도 크지만 도연서가 계속 나오면 버틸 자신이 없어서 일단은 쉬려고요.
아재감성 살아있는 깔끔한 회귀+기업물 찾는다면 지금 네이버 오또쿠 중이라 하루 한 편 무료이니 한 번쯤 시도해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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