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호구 물이 사이다 물 보다 더 재미있던데

저게 사이다물 아님?

21세기는 잘 모르겠으나 재벌강점기는 사이다물인데요..

둘 다 사이다에 가까운 듯 합니다

말씀하시는 작품들은 좀 '베푸는' 형태의 글이네요.
확실히 옛날엔 이런 주인공들이 호구 소리 들었죠.
무협에서 주인공이 자기한테 필요없는 무공 같은 거 여주나 심복한테 가르쳐줘도
상급무예를 댓가없이 가르쳐준다면서 성질내던 사람들 엄청 많았음.ㅎㅎ
작은 짜투리 같은 지식이나 능력만 나눠줘도 버럭버럭 화를 내던...

요즘은 '호구' 하면 당연한 자기 권리도 못 챙겨먹는 주인공이나
세상물정 모르고 훌러덩훌러덩 벗겨먹히는 그런 주인공이죠.
자선사업가형 주인공은 그런대로 잘 받아들여지는 편입니다. 몇년 전에 비하면.

그런데 상급 무공이라는게...
경우에 따라선 자본주의로 따지면 강남에 빌딩하나 가치인데...
호구라기 보단 그냥 철없고 생각없음을 욕하던 거였죠.

빌딩을 500채 쯤 갖고 있으면 하나 던져줄 수 있는 거죠. 아군을 강하게 하는 의미도 있고요. 나한텐 아무 쓸모도 없고 사랑하는 이에겐 엄청난 도움이 되는데도 자본주의 논리에 입각해 제값 받고 등가교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글쎄요. 전 그런 짠돌이 주인공은 별로임.

[ 여보, 내가 무공비급이 하나 있는데 귀한 거라 이걸 당신에게 그냥 줄 수는 없어. 당신 내게 뭘 줄 수 있지? ]
뭐 이런 대사가 나와야 철 든 전개인가요? ㅎㅎ

당시엔 내 건 나만 향유해야 하고 절대 나눠선 안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상황이라 저걸 호구라고 불렀던 겁니다. 아주 작은 나눔도 못견뎌하는 독자들이 많았죠.

그런 부분은 동의합니다.

다만 내가 500채 가지고 있는 빌딩 중
최고 좋은 빌딩을 아무 이유없이 준다면
그게 호구겠습니다.

그건 그렇죠.

이상적으로 그러면 좋은데 보통 작위적인 전개가
1. 난 존나 짱짱쌔
2. 딸랑이를 만든다
3. 짱짱쌔서 주체할 수 없는 힘을 딸랑이에게 나눠준다
4. 그걸 받고 딸랑이가 세진다
5. 2로 도돌이표
이런 식인데 주인공 주변이 세지는거는 좋다이거에여

근데 그 방법이 졸라 재미없다는게 문제지
쥔공의 엄청난 힘을 받아먹기만 하고 세지면 그게 지들 노력으로 세진거도 아니고 대체 뭔맛으로 볼까여? 결국엔 엑스트라찐따abc가 되버릴텐데...작가가 쓰기에는 편하겠다. 주인공 갓캐로 만들어놓고 예수처럼 나눠주기만 하면서 전개하면...
주변인물을 프린세스메이커처럼 육성하는 맛이라도 느끼게 해주면 잼게 볼 텐데 대게는 그렇지 않더군요. 요새 제목에 개론붙어있는거 읽어보고있는데 거지같은 정령학개론 담으로 읽은 사냥학개론이 딱 이따구로 쓰였더군요 에휴....

조연들이 무슨 방법으로 강해지든 재미랑 상관이 있나요? 좋은 인연 만나 덕 좀 보는 게 그렇게 못 볼 꼴이라고 느껴지진 않는데요. 애초에 국내판무에서 조연의 성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도 않고요.

게다가 보통 주인공들도 자기들 노력보단 기연이나 영약, 초고수와의 인연, 치트스킬, 미래지식으로 강해지지 않던가요? 뭐 노력도 하겠지만 그거야 조연들도 마찬가지고.

몇년 전 장르소설판에 만연했던 '퍼주기 극혐' 풍조는 독자들 사이에서 '주인공 것은 내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지 다른 건 없습니다. 주인공이 베풀면 괜히 내 재산을 꽁으로 퍼주는 것 같아서 싫어했던 거죠.

그 당시의 독자들 의견에 따르면 모든 무공 모든 영약은 아무리 주인공에게 쓸모가 없어도 절대 베풀거나 하면 안되고 무조건 거래를 통해서 이득을 보면서 교환해야만 하죠. 아무리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반려라도, 아무리 깊은 인연이 있고 많은 공을 세운 부하라도, 공짜로는 절대 주지 말라고 난리였죠. 차라리 작품 완결까지 창고에서 썩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의 사이다패스들이 한 조각의 고구마도 용납하지 못하는 것처럼 당시에는 한 줌의 나눔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이건 논리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예요. 그냥 싫으니까 싫은 거에 가깝다고 봅니다.

뭐만 하면 사건이 일어난다 - 사건을 해결한다 - 전리품을 얻는다 - 전리품을 주변 인물에게 골고루 퍼주는 과정을 자꾸 반복하면서 분량을 때우니까 다들 엄청나게 욕한 거였죠. 개연성 없이 그냥 주는 것도 한몫했고요.

그건 극단적인 예시라고 봅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엄청 욕했어요. 개연성 없다고 하는 거야 보통은 '작가의 설명을 받아들이기 싫다'는 뜻에 가까웠고요.

나는 익히지도 않을 무공을 아끼는 부하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베푼다는데 무슨 개연성이 더 필요한지? 주인공 성격이 극히 이기적으로 그려졌다면 모를까 보통 저런 소설에서 주인공은 관대한 인물이죠. 게다가 자원의 효율적 분배 및 활용의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합리적인 전개로 볼 수 있는 경우도 많았고요.

아 제가 생각하고 있는 거랑 틀리는 거였군요

저도 호구 좋아합니다. 특히 좋아하는거는 기사도 같은거...요즘 잼나게 본걸론 변방의 노기사.
이거 진짜 제 취향 저격이더군요. 엔딩도 정말 좋았고...
우리나라 소설에는 기사도나 뭐 그런거 가지고 있는 사람을 위선자라고 말하고 그러던데...슬프더라구요.

왜냐하면 그런 말하는 놈들의 마음속엔 선이란게 없거든요. 그래서 이해도 안가고 질투도 나고 해서 그런 평을 내는거죠.

예전의 호구를 지금은 고구마라 부르죠 ㅋ
무협지의 대협이나 협객같은 경우 현판에서 호구급에도 못끼는 고구마죠.

요즘은 오히려 말하자면 호구물(물론 진짜 호구를 말하는게 아님. 사이다패스들이 말하는 호구)을 찾게됩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사회생활하면서 사이코패스들 많이 보는데 소설 주인공이 그런놈으로 나오면 진짜 헛웃음밖에 안납니다. ㅅㅂ 맨날 보는 새끼들이 그런 새끼들인데 이젠 소설에서 성공하는 모습까지 봐야하다니 짜증나죠. ㅋ

요새보는 고구마류는 저니맨 김태식...
자기는 좋은 수를 다 알고 있는데 막상 입지가 부족해서 흘러가는 상황은 반대라
게다가 거기에 야구만화에 200화 인데도 아직 1년도 안지남...
진행 속도가 엄청나게 느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