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만 레벨업 39화까지 봤습니다...(스포)

일단 지금까지 읽은걸 총평을 하자면, 막 당장 때려쳐야겠다 싶을 문제는 아니고 그럭저럭 슥슥 읽을만은 합니다.

근데 좀 생각하면서 읽으면 여기저기서 잡다하게 발목을 잡아채는 요소들이 있네요.

주인공은 언제나 그렇듯 헌터들 중에서도 밑바닥에서 시작합니다.

위험한 던전에 잘못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 다 보내고 마지막에 남아 자의반타의반으로 희생을 하게 되었는데 새로운 능력을 얻게되죠.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음. 걸리는 부분 몇가지를 얘기해볼게요.

1. 오래 안면이 있었고 자기를 상당히 도와줬던 B급 여자 힐러와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소설 첫번째 던전에서 둘을 탈출시키고 주인공은 남았는데, 주인공은 정신을 차린 이후에도 동료들이 무사히 살아나갔는지 지금 상태는 어떤지 단 한번도 궁금해하질 않습니다. 그중에서 힐러랑은 던전 안에서 신나게 드라마찍던 상대였는데...

몸좀 추스르면 연락을 할까, 휴대폰이 고장났다던데 그것때매 연락을 안하나 생각해보았습니다만, 결국 다른 던전도 갔다오고 할거 다하다가 상대방 쪽에서 대형 마트에서 저녁밥 고민하던 주인공을 만나러 오더군요.

힐러는 일을 그만두겠다고 나왔던거 같은데, 다다음화에서는 우연히 잡힌 레이드에 당연하다는 듯이 참가하고 있고... 일이 끝난 다음에는 그동안 탔던 썸은 뭐였는지 부산으로 내려가겠다는 힐러를 주인공은 한번 잡지도 않는군요.

2. 던전 관리가 개판입니다.

소설의 첫번째 던전에선 11명이 죽고 6명이 살았던가 그렇습니다.

주인공이 그 다음에 들어간 던전에선 8명이 죽고 2명이 살았는데 2명이 파티원들 중에서 등급이 제일 낮았어요.

그 다음에 들어간 던전에선 6명이 죽고 3명이 살았던가요. 여기 사태는 더 심각합니다. 죄수 헌터들이랑 같이 들어간 B급 공무원 헌터가 죄수를 죽이면서 무고한 민간인까지 죽이려고 한 사건이거든요.

근데 C급 아저씨가 B급 힐러 붙어서 잡았다고 증언하자 조서 작성하라고 아저씨만 데려가고, 힐러와 주인공은 그냥 귀가... 죄수 헌터 사용 제도 자체가 재검토되고 윗선이 줄줄이 옷을 벗어야 할 사건인데 딱히 아무것도 없습니다.

3연타로 사람이 떼로 죽어났는데 주인공은 관리기구의 주목 한번 제대로 안받고 유유히 다음던전으로...

보스를 잡으면 1시간안에 게이트가 닫힌다는 설정이 있어서 조사는 어려웠다는 변명이 있기는 한데 고작 그걸로? 라는 생각이 듭니다.

3. 주인공을 따르는 재벌2세 캐릭터가 나오는데...

자기네 기업에서 길드를 만드는데 길드장이 되고싶어서 20번 레이드를 뛴 경력이 있어야한답니다.

주인공이 쎈 걸 보고 거래해서 20번동안 버스 태워주면 그 경력으로 길드장에 취임하겠다는 계산인데...

주인공 랭크가 낮으니까 낮은 랭크 헌터들을 통솔해서 C급 던전들을 뚫었다, 라는게 얘네 시나리오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인원수 맞추겠다고 데려온 팀원들이 환자 알콜중독자 협회에서 안받아주는 미성년자 여자애라네요.

던전 들어갈 필요도 없다고...

공식 기록이 필요한건데 상식은 어디갔을까요.

심지어 A급 헌터가 2시간 걸린다는 C급 던전을 하루에 3개를 돕니다. (전력비는 B급 헌터 1명이 C급 열명 이상)

기업 주주들이 길드 결성 보고를 받으면서 [우리 길드장은 D급이지만 환자와 여자아이를 데리고 C급 던전을 하루에 3개씩 정복했으며...] 하는 기록을 보면서 '와 쓸만한 길드장이군'이라고 생각할까요 '이건 뭔 ㅄ같은 조작이야?'라고 생각할까요.

위장을 하고싶었던거 같지도 않아요. 다른 길드가 관심을 갖고 살펴보니 그냥 나머지 사람들은 게이트 밖에서 고스톱치는게 뻔히 드러났거든요...

4. 이렇게 저렇게 짜잘한 설정 혼란이 여러개 보입니다.

주인공이 능력을 얻고 힘에 몰빵 후 첫 사냥에서 몹에 칼을 박았는데 칼이 빠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얼덜결에 주먹으로 다른 몹을 쳤는데 몹이 터져나가네요. 같은 힘을 가지고 왜 좋은 칼을 못뽑나?

댓글에서는 어떻게든 합리적으로 설명을 해보고자하는 독자들의 시도와 직접 농담같은 댓글을 달아 넘어가신 작가님의 노력이 보이지만... 이상한건 이상한거지요.

던전의 규모와 설정도 좀 애매해요. 다른 레이드의 묘사를 보면 한개 던전 할당을 5일씩 받고, 자원들이 깔려있는 경우도 있으며, 던전 안에서도 막 갈림길이 있어서 길도 찾고 그래야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30화 후반 무렵에 저 재벌2세랑 같이 뛰는 레이드는 C급 던전 하나를 30분(혹은 더 적게)에 클리어. 주인공의 강력함을 보여주는 장치이긴 하지만 10분동안에 길찾아서 10분동안 보스를 잡고 10분동안 돌아나온걸까요. 돈 벌고 싶은 주인공이 그렇게 촉박하게 보스만 죽이고 나올 이유는요?

그리고 무엇보다 보스를 잡고나서 1시간 있다가 닫힌다는 게이트가 요 타임어택에서는 금방이라도 닫히는 듯한 묘사가.

아, 그리고 주인공의 소설상의 첫번째 레이드 수입은 원래대로라면 10만원이라는 거 같습니다.

또 주인공은 미발견 던전에 잘못들어갔다 두 다리를 잃고 죽을뻔 했는데 새로운 던전이 보이면 별 고민도 없이 들어가더라구요.

강해져서 그런건 있겠지만...

넘어갈려면 넘어갈수도 있을 수준의 문제들이긴 하지만 신경쓰면서 보면 답답할 수 있는 내용이네요.

아무튼 이렇습니다. 양산형 레이드물들의 평균을 생각했을 때, 최소한 정말 말도 안되는 수준까지는 아닌거 같아요.

그냥 킬링타임으로 주인공 활약하는거 보고싶으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댓글란에 보면 작가 댓글도 많고... 드립도 많고...

그렇지만 많이 따지면서 보시는 분들은 꽤 답답하실수 있음.